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장관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다음 연설은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진행하겠습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장관회의 진행자가 이같이 소개하자, 다수의 서방 국가 장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떠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집단 퇴장한 것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 상태에서 약 15분간 연설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북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에서 열린 OSCE 장관회의에서 각국 대표단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불만은 회의 시작 전부터 이어졌다.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순환 의장국인 북마케도니아가 라브로프 장관을 초대한 사실이 알려졌을 때 일제히 불참을 선언했다. 불가리아는 OSCE 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북마케도니아로 향하던 라브로프 장관 비행기의 영공 통과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라브로프 장관은 그리스 영공으로 우회한 뒤에야 겨우 회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당시 러시아 크렘린궁은 “터무니없고 어리석다”는 입장을 냈다.
회의장에서 대표단의 항의는 더 노골적이었다. 각국 대표단은 러시아가 전쟁으로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과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웨덴 토비아스 빌스트롬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우리의 공동 안보를 극도로 심각한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고 했고, 영국 제임스 히피 육군장관은 “러시아는 이미 불법 전쟁에서 실패하고 있지만 완전히 실패해야 하고, 이 조직(OSCE)을 어지럽히려는 시도도 실패해야 한다”고 했다.
급기야 라브로프 장관이 연설을 시작하자, 일부 서방 국가 장관들은 집단 퇴장했다. 진행자 소개 때부터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라브로프 장관이 입을 열었을 땐 우르르 회의장을 나갔다. 이 같은 모습은 회의장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결국 라브로프 장관도 약 15분간의 연설을 마친 뒤 바로 회의장을 나섰다.
이와 관련,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라브로프는 러시아가 왜 비난받고 고립됐는지 모두에게 다시 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크렘린궁으로 돌아가 크렘린궁 주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EU와 OSCE가 한목소리로 러시아의 공격적이고 불법적인 행동을 규탄한다고 보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