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유니버스 2023 대회의 셰니스 팔라시오스. AFP=연합뉴스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정부가 국제 미인대회 ‘미스유니버스’ 감독에게 반역 등 혐의를 적용했다고 AP통신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권 전복을 위해 반정부 성향의 자국민 여성을 의도적으로 미스유니버스 대회에서 우승시켰다는 주장이다.
니카라과 경찰은 전날 밤 성명을 내고 “미스유니버스 감독인 카렌 셀레베르티는 반역, 조직범죄, 증오선동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셀레베르티와 그의 가족은 아무런 상관없는 미인대회를 정치적 함정의 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셀레베르티를 입국 금지 조치하고 그의 남편과 아들을 구금했다.
니카라과 출신 셰니스팔라시오스는 지난달 18일 엘살바도르에서 열린 72회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니카라과에선 처음으로 왕관을 차지했다.
오르테가 정부는 미스 유니버스 당선 직후인 19일 성명을 발표, 이를 축하하기 위한 “기쁨과 자부심의 합법적 시위”를 허용했다가 얼마 안 가 이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팔라시오스가 2018년 격렬한 반정부 시위의 중심에 섰던 대학교 출신인 데다가 시위 당시 행진에도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니카라과에서는 통산 항의시위나 니카라과 국기를 들고 행진하는 것이 불법인데 당시 미스 유니버스 당선 축하를 기회로 시민들은 거리 행진을 벌이며 축하행사를 했다.
일부 시민은 오르테가 정부의 빨강과 검정색의 산디니스타 깃발 대신 흰색과 푸른색의 원래 국기를 들고 행진을 벌여 오르테가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정부의 박해를 받아 투옥되거나 추방된 수 십명의 가톨릭 성직자 가운데 한 명인 실비오 바에스 신부는 자신의 SNS 계정에팔라시오의 당선을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오랫 동안 고통 받는 조국에 기쁨을 선사해 준 것에 감사한다. 당신은 우리의 아름다운 조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해주었다”고 썼다.
시위에 참여한 셰니스 팔라시오스. 사진 SNS 캡처
시민들의 반응에 놀란 오르테가 정부는 즉각 통제에 나섰다. 부통령이자 퍼스트 레이디인로자리오무리요는 로사리오는 “모처럼 아름다운 축하의 순간을 파괴적인 반정부운동의 재료로 이용하는 모욕적인 테러리스트들의 행동은 새로운 승리를 모독하는 악의 세력들의 준동”이라고 비판했다.
2018년 반정부 시위 이후 니카라과 보안군은 시위를 무력으로 강력히 짓밟았고 수천 명이 국외로 추방되었다. 오르테가는 당시 시위가 외세의 사주로 오르테가를 축출하기 위한 음모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르테가는 2018년 반정부 시위의 중심이었던 니카라과 중미 예수파 대학교를 점령하고 다른 26개 대학과 함께 폐교했다.
또 3000여개의 시민단체와 비정부 기구를 불법으로 몰아서 폐쇄했다. 야당인사나 반대 세력은 모두 시민권을 박탈하거나 재산을 압수한 뒤 체포, 또는 추방했다.
미스 유니버스에 당선된 팔라시오스는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인대회 동안 그는 자신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정신건강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고, 특히 여성들이 모든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서 성별간 임금 차별을 없애기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시위참여 사진을 공개하며 “처음에는 참여가 두려워 망설였다.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서 무서웠지만, 나중엔 결국 참가했었다”고 밝혔다.
팔라시오스는 최근 정부에서 몰수해 국가 소유로 돌려놓은 예수회 설립 센트로아메리카나 대학을 졸업했다. 당시에 시위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키가 크고 놀라운 미모의 팔라시오스가 행진에 참가한 것을 보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