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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12-06 11: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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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처 ‘마녀’라 부르고 은둔 생활… 美 한국계 추정 50대, 의문의 폭발로 사망
내용

입력2023.12.06. 오전 11:22  수정2023.12.06. 오전 11:41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카운티 주택이 폭발하고 있는 모습. /엑스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주택에서 대형 폭발이 발생해 한국계로 추정되는 50대 집주인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아직 정확한 폭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폭발 직전 집 내부에서 조명탄 발사 소리가 30회 이상 나고, 경찰 진입을 시도하자 집주인이 총을 발사하는 등 사건·사고가 잇달았다. 집주인은 과거 근거 없이 소송을 남발하고, 모든 창문을 알루미늄 포일로 막아놓는 등 기행을 이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6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4일 8시 30분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카운티의 주택가에서 벌어졌다. 용의자는 집주인이자 사망자인 제임스 유(56) 씨로, 한국계로 추정된다. 알링턴 카운티의 앤디 펜 경찰서장은 기자회견에서 “전날 밤 발생한 알링턴 2층 주택 폭발 사건으로 용의자 제임스 유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폭발 직전 경찰은 집안에서 조명탄 발사 소리가 30회 이상 들려왔다는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출동 당시 유 씨는 집 내부에 머물고 있었다.

유 씨는 출동한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이 진입을 시도했을 땐, 총을 발사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 내부에서 폭발이 발생했고, 집 전체가 무너졌다. 엑스(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영상을 보면, 2층 오른편에서부터 폭발이 일어나더니 이윽고 집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폭발로 인한 파편과 재가 이리저리 흩날렸고, 연기가 밤하늘을 뒤덮었다. 3㎞ 떨어진 곳에서도 폭발음이 들렸을 정도로 폭발이 강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인근 주택 최소 12채가 피해를 봤고, 경찰 3명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아직 구체적인 폭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펜 서장은 “폭발 당시 집안 내부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올리비아 달튼 백악관 수석부대변인도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며 이외에는 덧붙일 말이 없다”고 했다.

유 씨의 출신에 대해 현재 워싱턴DC 총영사관이 경찰 당국과 접촉 중이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다만 그가 과거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등을 미뤄볼 때 한국계라는 추정이 나온다.

지난 4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카운티 주택에서 발생한 폭발로 집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AFP 연합뉴스

 

소송 남발하고 온 창문 막아 은둔 생활... 유 씨의 기행들


이번 사건이 특히 이목을 끈 건 유 씨가 그간 보여온 기행들 때문이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유씨는 과거 소송을 남발하고, 패소한 소장 몇 개를 직접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올해 초에는 전처와 뉴욕주 등을 상대로 사기와 음모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연방 판사는 이들 소송에 대해 “경솔하고 혼란스럽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처와 미국을 비방하는 글도 올렸다. 전처는 ‘마녀’(witch)라고 불렀고, 해시태그엔 반미(反美) 구호 ‘F*** AMERICA’를 붙였다. 대표적인 반미·좌파 성향의 석학 노엄 촘스키의 글을 인용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일 게시물에서는 이웃들의 활동에 폭언을 쏟아내며 “이것이 백인들이 다른 인종들을 7대 1로 압도하며 미국에서 사치를 누리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월말 올린 또 다른 글에선 자신이 혐오 메시지의 표적이 되고 있다면서 암살 가능성을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공개한 법원 기록에 따르면, 유 씨는 전처와 2018년 합의 이혼했다. 2년 뒤 법원 명령 기한까지 전처에게 재산을 분배하지 않아 기소됐다. 이에 따라 법원은 자산 분배 일환으로 2020년 10월 유 씨에게 이번에 폭발로 무너진 알링턴 주택을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주택이 팔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WP는 “매각 공개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퇴임한 국제 통신 회사의 정보 및 보안 책임자’라고 소개했다. ‘그들에게 옳은 일을 할 모든 기회를 줬음에도, 미국의 위선과 부패, 사기, 음모만을 보았을 뿐’ 등 알 수 없는 말을 적기도 했다. 엑스에 퍼진 유 씨 소셜미디어 캡처 이미지에는 그가 “자신의 아버지는 전직 한국 대통령의 보좌관이었으며, 어머니는 미국 정부 국영 국제방송 VOA의 언론인”이었다고 주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웃들은 그를 ‘은둔자’로 기억했다. 이웃 알렉스 윌슨은 인터뷰에서 “유 씨는 은둔자였다”며 “모든 창문을 알루미늄 포일로 막아 놓았다”고 했다. 윌슨에 따르면 유 씨는 몇 년 전 자신의 주택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 집을 보러 온 사람을 칼로 위협해 쫓아냈다. 다른 이웃 샤니 위링기도 “그 집에 사는 사람(유 씨)을 본다면 그것은 기적일 것”이라고 했다.

 

박선민 기자 kindm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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