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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2-22 11: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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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박쥐가 코로나 걸리지 않는 까닭은?
내용

 

입력2023.02.22. 오전 10:51   수정2023.02.22. 오전 11:33

 

美연구진, 박쥐 유도만능줄기세포 첫 확립
박쥐와 바이러스의 공생 관계 밝혀낼 듯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인 관박쥐(Rhinolophus ferrumequinum). 미국 과학자들이 관박쥐의 성체세포를 역분화시켜 발생 초기 상태의 줄기세포로 만들었다./Daniel Whitby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박쥐의 다 자란 세포를 발생 초기의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박쥐가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해 다양한 병원성 바이러스의 대표적인 숙주라는 점에서 앞으로 바이러스 연구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의 토머스 즈와카 교수 연구진은 22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관박쥐(학명 Rhinolophus ferrumequinum)의 성체세포를 이용해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를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다 자란 성체 세포를 발생 초기 상태로 되돌린 것을 말한다.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2006년 생쥐의 피부세포에 특정 유전자 4가지를 주입하면 모든 세포로 자라는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상태가 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 공로로 2012년 노벨상을 받았다.

연구진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시켜 박쥐의 생물학적 특성을 연구하는 한편, 병원성 바이러스가 박쥐와 공생(共生)할 수 있는 원리도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연구한 관박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킨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숙주 동물이다.
 

스페인에서 박쥐 시료 공수받아 연구


아이칸 의대 연구진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던 2020년 봄부터 어떻게 박쥐가 인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지니고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야생동물인 박쥐는 구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줄기세포를 만들면 언제나 필요한 세포나 조직으로 자라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먼저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의 하비에르 쥐스테 박사 실험실에서 박쥐 생체 조직을 공수했다. 아이칸 의대 연구진은 신야 교수가 한 대로 역분화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몇 달 동안 연구 끝에 박쥐에 적합한 역분화 방법을 확립했다. 연구진은 같은 방법으로 생쥐귀박쥐의 유도만능줄기세포도 만들었다.

논문 제1저자인 마리온 데조세 교수는 “유도만능줄기세포는 계속 분화하고 면역계나 호흡기, 소화기관 등 다양한 세포와 조직으로 자랄 수 있어 과학연구에 유용한 도구”라고 말했다. 박쥐를 연구하는 데 유용한 실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박쥐가 어떻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공생할 수 있는지 밝힐 수 있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박쥐의 면역 체계를 피하면서 증식하는 과정을 추적할 계획이다. 아이칸 의대 연구진은 이미 박쥐 유전자에 끼어든 바이러스 유전자가 역분화과정에서 재활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이러스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도 찾았다.
 

그래픽=손민균

바이러스와 박쥐의 공생 관계 규명


박쥐는 코로나19 외에 에볼라와 광견병, 니파병,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마르부르크병,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몸에 갖고 있다. 박쥐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는 137종인데, 그 중 61종이 사람에도 감염된다. 그럼에도 박쥐는 해를 입지 않는다.

즈와카 교수는 박쥐가 자신의 일부가 된 내인성 바이러스 유전자를 억제하지 않는 것은 다른 바이러스를 막는 방어 수단이거나 일종의 백신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아돌포 가르시아-사스트레 교수는 “줄기세포 안에 바이러스로 채워진 주머니가 있어도 분화와 증식에 피해가 없다는 점에서 박쥐가 바이러스에 내성을 가질 뿐 아니라 공생 관계까지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즈와카 교수 이전에도 여러 과학자가 박쥐와 바이러스가 서로 도움을 주는 공생 관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은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다. 민간 연구기관인 에코헬스 얼라이언스의 박쥐 연구자인 케빈 올리발 박사는 사이언스지에 “이번 논문의 자료는 박쥐 줄기세포가 내인성 바이러스 유전자를 다루는 데 특별하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쥐 줄기세포가 바이러스 연구에 유용하다는 말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올리발 박사도 “이번에 확립한 줄기세포 기법이 다른 포유류에서 비슷한 바이러스 유전자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바이러스학자인 빈센트 뮌스터 박사는 “이미 연구원들과 박쥐유도만능줄기세포를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의 줄기세포 연구자인 제이콥 한나 박사는 “틀림없이 널리 쓰이는 연구 기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참고자료

Cell,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3.01.011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biz.com

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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