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괜찮았던 5월, 완만한 회복 예상’ ‘두려움에서 벗어날 시점’ ‘예견된 경기회복, 예상보다 빠른 주가 반등’ ‘돌아온 황소-경제 정상화 기대, 속도는 완만해질 전망’ ‘랠리는 시작됐다’ ‘역시 4월이 저점이었다’ ‘다시 돌아온 투자자와 이제 시작되는 부양책’
모두 이달 들어 증권가에 쏟아진 중국 주식시장 관련 리포트 제목이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 하다. 인플레이션 쇼크로 미국 등 주요국 대부분의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연초 이후 줄곧 낙폭을 키우던 중국 증시만 홀로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지폐. /로이터
실제로 최근 한 달 주요국 증시 수익률을 비교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약 7.8% 상승하며 가장 성과가 좋았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순서대로 4.8%, 5.4%, 4.8% 하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4.8%, 4.9% 빠졌다.
저점을 모르고 아래로 꺼지기만 하던 연초 중국 증시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3600선을 웃돌았던 상하이지수는 4월 말에는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3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국내 증시도 변동성을 키우던 시기이긴 했지만, 중국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유독 부각되던 시기였다.
중국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기조에 눌려있던 경기가 조금씩 되살아나면서, 시장의 투자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에서 발표된 실물 경제 지표는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고, 정부의 경기 부양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5월 중국 실물지표는 봉쇄 충격이 완화되면서 반등했다. 산업생산은 전년동기대비 0.7% 증가했고, 소매판매가 6.7% 감소했다. 고정자산투자는 4.4%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생산활동이 정상화되고 있고, 투자는 완만하게 회복하는 가운데 소비도 저점을 통과했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인플레이션 충격 등 높아진 대외 불확실성, 중국 내 국지적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V자 반등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중국 경기는 4월을 저점으로 꾸준히 회복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이달과 다음 달 경제 회복 속도를 확인하며, 새로운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8.6%)에 비해 중국의 물가 지표가 2.1%로 안정적인 만큼, 지준율 인하와 금리 인하 같은 추가적인 통화완화 내지 인프라투자와 소비부양 등 적극적인 재정지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본토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증시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상하이지수가 지난 3월 12일 코로나 봉쇄로 인한 패닉셀링이 나타난 이후 3개월 만에 3300포인트를 회복했다”고 했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경기가 바닥에서 반등하는 시그널이 5월에 나타나면서, 중국 증시도 하반기에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며 “2분기 이후 중화권 증시를 짓누르던 리스크 요인이 하나둘씩 해소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6월 지표는 5월 대비 더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주요 도시 락다운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하향조정에 대한 우려 ▲인터넷 플랫폼을 포함한 산업 규제 지속 ▲중국 정부 정책이 시장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우려 ▲베이징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 리스크 요인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본격적인 부양 기조에도 시장은 부동산 시장 버블, 그림자금융 증가, 물가 급등 등을 걱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 중국 부동산 시장은 버블 아닌 냉각을, 중국 물가는 정부 목표 수준인 3%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책 사용 가능 여부와 강도에 대한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유정 기자 y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