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의류·태양광처럼 세계 배터리 산업도 혼란 봉착 가능성"
중국 허베이성의 리튬 배터리 생산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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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의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이 이번 주 시행되면서 소형가전이나 전기차 등에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 산업에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당 법이 21일 시행되면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무슬림계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강제노동 의혹과 관련한 모든 제품의 미국 수입이 금지된다.
신장 지역에서 제조된 상품은 사실상 전량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위구르족을 고용한 여타 지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위구르족에게 6개월간의 직업훈련과 사상교육을 해 중국 내 각 지역 공장으로 대량 송출하는 해당 프로그램이 사실상 위구르족을 거주지에서 쫓아내는 강제노동이란 국제 인권단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문제는 중국 리튬 이온 배터리 산업과 관련된 현지 기업 상당수가 신장웨이우얼 지역에서 원재료를 생산하거나 위구르족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전 세계 리튬 이온 배터리의 75%가량을 생산한다.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은 50~100% 중국에서 가공된다.
원자재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데이지 제닝스-그레이 수석 애널리스트는 "어떤 전기차 배터리를 보던 거기에는 중국이 일부 관여해 있다"고 말했다.
신장웨이우얼 우룸치 지역 식품업체에서 일하는 현지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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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까닭에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이 엄격하게 적용된다면, 중국 내 기업은 물론 물론 중국에서 배터리를 받거나 재료를 조달하는 글로벌 기업 상당수도 미국 수출에 난관을 겪을 수 있다.
예컨대 중국 내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신장 유색금속공업집단(新疆有色金屬工業集團)은 자국 배터리 제조사뿐 아니라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 한국, 인도 등지에 제품을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소재인 니켈 양극재와 아연, 베릴륨, 코발트, 바나듐, 납, 구리, 금, 백금, 팔라듐 등 다양한 비철금속을 생산하는 이 업체는 2017~2020년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644명을 고용한 이력이 있다.
NYT는 코발트와 리튬, 알루미늄 등을 생산하는 지진(紫金)광업집단과 신장 TBEA 그룹 등 다른 중국 금속·채광 기업도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노동자를 수급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호라이즌 어드바이저리는 인권침해 등으로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일부 기업이 중국에서만 정제되는 핵심 배터리 재료인 아연의 공급에 관여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NYT는 의류, 식료품, 태양광 업계가 위구르족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을 취급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황을 거론하면서 "차세대 기술에 필요한 원재료와 신장 지역의 깊은 연관성을 고려할 때 세계 배터리 산업도 혼란에 봉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hwangch@yna.co.kr
황철환(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