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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3-14 10: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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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VB 파산으로 드러난 ‘고금리의 힘’···연준 ‘베이비 스텝’ 유지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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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3.03.13. 오후 4:14   수정2023.03.13. 오후 4:48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 앞에서 직원들이 굳게 닫힌 문 앞에 서 있다.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다음주 예정된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SVB 파산이 누적된 금리인상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유동성 위기로 불거진 사태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고금리의 충격이 또다른 형태로 금융·실물에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나 한국은행 모두 금리 인상의 여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필요가 커지면서 추가 금리인상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연준은 오는 21~22일(현지시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13일 국내외 시장 의견을 종합하면 지난 주까지만해도 연준이 다시 ‘빅 스텝(한번에 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금리인상폭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SVB 파산을 계기로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금리인상)’을 택할 가능성이 다시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만약 전체적인 지표상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빅 스텝 가능성을 예고했다.

SVB 파산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그럼에도 미국 경제에 미치는 경각심은 적지 않다. 미국 경제가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침체에 빠지지 않고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했는데, 예기치 못한 대형은행의 파산으로 언제 또 이같은 사태가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즉각 예금자보호에 나선것도 이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SVB의 붕괴 과정에는 널뛰던 ‘금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저금리 호황에 많은 투자를 받았던 스타트업들은 SVB에 돈을 맡겼는데, 고금리로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자 인출에 나섰다. SVB는 유치한 예수금을 채권에 투자했는데, 고금리로 인해 장부상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였다. SVB는 예금 상환을 위해 손실을 보면서 채권을 매각해야 했고, 결국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단 3월 FOMC에서는 베이비스텝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앞으로 연준의 최종 금리 상단이 낮아질 수도, 혹은 상단은 변하지 않지만 도달하는 시점이 늦춰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당장 연준의 금리 경로보다는 향후 미국 금융시장에서의 유동성 위험 확산 여부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보고 한국의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를 겪은 한은 역시 남의 나라 일로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 은행의 연체율이나 복원력 지표가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경우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축은행이나 카드사(여신전문금융회사) 등에서부터 유동성 부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준이 이번달 베이비 스텝을 단행할 경우, 한은도 오는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 수준인 연 3.5%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연준이 베이비 스텝만 밟는다고 해도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1.50%포인트로 더 벌어지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한은은 환율과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보며 다음달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SVB사태 관련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현재로서는 SVB, 시그니쳐 뱅크 폐쇄 등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14일)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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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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