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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4-01-24 11: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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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죽지세’ 무섭다…8년전 보다 더 저돌적이고 공격적”
내용

 입력2024.01.24. 오전 5:01  수정2024.01.24. 오전 11:05

 

美 최대 한인유권자단체 김동석 대표 현지 인터뷰 
“트럼프 유세보라, 지지자들도 에너지 넘쳐” 
“헤일리 유세엔 감동도 열기도 없어, 버티기 쉽지 않을 듯”


“트럼프는 8년 전 처음 대선에 도전했던 2016년 보다 에너지가 더 넘쳐 보였습니다. 저렇게 씩씩할 수가 없어요. 1시간40분 동안 물 한번 안마시면서 끊임없이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발언을 내놓는 걸 보세요.”
 

미국 내 최대 한인 유권자 단체를 이끄는 김동석 대표(왼쪽)가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 선거) 당일인 23일 오전 맨체스터의 한 투표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와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제공
김동석(66)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미국 대선(11월 5일)의 공화당 후보를 뽑기 위한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주(州) 프라이머리(예비 선거) 당일인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기세가 무섭다”고 말했다. 미 최대 한인자유권단체 KAGC를 이끄는 김 대표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 흑인 폭동 당시 어느 누구도 한인을 대변해주지 않는 현실을 목격한 뒤 미 한인을 대상으로 30년간 유권자 운동을 해왔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아이오와·뉴햄프셔주 등 민주·공화당의 경선 현장 곳곳을 돌면서 선거 판세를 읽고 후보 및 캠프 주요 관계자들과 인맥을 쌓아왔다. 이번이 여섯 번째 대선 현장 방문이라는 김 대표는 전일 본지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및 니키 헤일리 전 주(駐)유엔대사 뉴햄프셔 유세를 함께 지켜본 뒤 선거 향후 전망을 분석했다.

-경선 현장을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이유는.

“2000년 앨 고어(민주당)와 ‘아들 부시’(조지 W. 부시, 공화당)가 맞붙었을 때부터 첫 경선 지역인 아이오와주·뉴햄프셔주 등을 포함해 시골 곳곳을 다녔다. 초기 경선 현장을 살피면 그 해 선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가 예상된다. 2008년 버락 오바마,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등 굵직한 정치 신인들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처음 목격한 곳도 경선 현장이었다. 물론 뉴햄프셔의 선거 결과가 대선 전체를 좌우하지는 않는다. 1992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그해 대선에서 최종 승리했고, 2000년 아들 부시, 2008년 오바마,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도 경선 때 이곳에서 1위를 못했지만 결국 당선됐다. 그럼에도 후보들은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이곳에서 각자의 ‘바람’을 보여줄 수 있고, 그때 새겨진 이미지는 전국 유권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새기게 마련이다. 초기 경선이 중요한 이유다. 개인적으론 초기 경선지 방문이 유력 후보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아이오와·뉴햄프셔 선거가 끝나면 각 후보들이 승리 파티를 연다. 그 곳을 찾아 캠프 사람들과 안면을 트게 되면 자산이 된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 한인들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선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이번 대선 선거 경선은 지난 선거와 어떻게 다른가.

“이번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선거 특징은 ‘새 얼굴’이 없다는 것이다. 2008년 오바마, 2016년 트럼프와 같은 신예가 없다. 우리가 알던 익숙한 사람들이 다시 한번 끌고 가는 선거다. 그런데도 미 언론의 관심이나 보도량은 이전 선거 때와 비교할 때 결코 적지 않다. 트럼프가 과연 또 다시 돌아올 것인가. ‘트럼프의 대안’을 찾는 공화당 온건파들이 헤일리를 통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결국 트럼프가 헤일리에게 압승해 본선에서 바이든과 붙게 될 것인가하는 것 등이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비벡 라마스와미, 팀 스콧, 더그 버검 전 공화당 경선 후보들이 22일 저녁 뉴햄프셔주 라코니아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 트럼프·헤일리 후보 유세를 기자와 함께 ‘직관’했다. 각 캠프 분위기가 어땠나.

“선거는 현장을 보면 안다. 특히 후보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전날 오전 헤일리 유세장을 갔는데 ‘패배’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자원 봉사자들이 의욕이 없고 후보 장소도 너무 협소했다. “우리 후보가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면서 걱정하는 게 눈에 보였다. 후보가 상승세면 직원들도 지지자도 의욕적이다. 헤일리는 그간 ‘무당층’이 많은 뉴햄프셔에서 온건 공화당원들의 지지를 끌어모으기 위해 총력을 다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지지자들이 죄다 노년층이었다. 지지자들도 동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반면 트럼프 유세는 무서웠다. 8년전 2016년 정치 신인으로 도전했을 때 유세와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후보(트럼프)나 지지자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2016년 ‘트럼프 현상’에 화들짝 놀라 트럼프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면서 유세를 직접 봤었다. 그 때의 열기가 전혀 식지 않았다. 트럼프는 70대 후반(77)인데도 1시간 40분 동안 쉬지도 않고, 물 한번 안마시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연설했다. ‘내가 가는 길이 미국이 올바로 가는 길’이라는 트럼프 특유의 신념(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이 더 견고해졌고 관중들도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그에 반해 헤일리의 평균 연설 시간은 30분 밖에 안되고 단조롭다. 게임이 안된다는 게 느껴진다.”

-무당층과 중도층이 많은 지역으로 꼽혀 뉴햄프셔주에서 헤일리가 ‘돌풍’을 일으킬 것이란 미 현지 언론들의 보도가 많았다. 그런데 막판에 트럼프로 확 쏠리는 분위기다. 어떻게 된건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미국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 선거)를 하루 앞둔 22일 오전 프랭클린의 보훈병원에서 마지막 유세를 하고 있다. /이민석 특파원
“트럼프의 독주를 막으려는 세력들이 니키 헤일리를 띄우기 시작한 게 작년 11월 말 중순부터다. 트럼프와 척 진 공화당 ‘큰손’인 찰스 코크 코크인더스트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치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은 그때 헤일리를 지지한다고 발표했고 자금을 쏟아부었다. 친(親)민주당 미디어들도 ‘트럼프의 대안이 누구인가’라면서 헤일리를 과도하게 띄웠다.

특히 뉴햄프셔에서 어느 당에도 속하지 않는 무당적자(unregistered voter)가 34만명으로 약 40%를 차지한다는 점을 내세워 헤일리의 선전을 예상하는 보도가 많았다. 그런데 현장에 와서 보니 이들 무당파들이 실제 선거에 나와서 헤일리에게 직접 표를 던질 지는 회의적이다.

뉴햄프셔는 인구 130만의 작은 주다. 이 중 유효 유권자는 해봐야 20만~30만명이다. 어떻게 보면 타깃층이 매우 좁다는 것이다. 헤일리가 이들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려면 대규모 집회도 하고 자원봉사자들도 증원시켜서 열기를 끌어올렸어야 한다. 2008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오바마에게 ‘충격패’를 한 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뉴햄프셔에서 총력을 다했다. 돈을 쏟아부었고 전직 대통령인 남편 클린턴까지 동원해 유세했다. 그 결과 힐러리는 결국 뉴햄프셔에선 승리했다. 그런데 헤일리 캠프엔 이런 모습이 안 보인다. 이렇게 건조하게 선거 운동을 마칠 게 아니었다.

반면 트럼프 지지층은 끝까지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사퇴하면서 트럼프를 지지하면서 트럼프는 더 상승세를 탔다. 개표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결국 트럼프 강성 지지층이 그를 반대하는 온건파들을 참여율에서 압도하는 것 아닐까 예상된다.”

-헤일리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디샌티스가 중도 사퇴한 이유도 자금 압박 탓이 컸다.

“헤일리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 전에는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 계속 선거를 하겠다고 했다가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다음달 24일 열리는 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까지는 한 달이 남았는데 한 달간 인력 동원, 광고, 유세장 대여 등의 비용이 천문학적이다. 오늘 선거 결과가 나와서 큰 격차로 패배하면 헤일리는 ‘여기까지가 아닌가’하고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헤일리가 계속 버틸 경우 트럼프로선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 트럼프는 각종 법적 소송 비용으로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런데 당내 경쟁에서 시간을 끌면 괴로워진다. 헤일리가 뉴햄프셔·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의외로 선전할 경우 16개 주·지역의 경선이 열리는 3월 5일 ‘슈퍼 화요일’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 16개 지역 중 상당수 경합 지역에서 헤일리가 이길 수도 있다는 여론조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트럼프로선 최악이다. 오는 7월 공화당 전당대회까지 헤일리가 그와 경쟁하면 판세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오늘 선거에서 트럼프가 얼마나 큰 격차로 이기느냐도 중요한 것 같다.

“헤일리가 한 자리 격차로 패배할 경우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반면 트럼프가 53~54%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한다고 하면 헤일리가 버티기 힘들 것이다. 디샌티스 사퇴 이후 그의 지지자들이 트럼프로 대거 옮겨가는 모양새다. 헤일리는 디샌티스 사퇴 이후 반(反)트럼프 세력이 결집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 바람이 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조 바이든(왼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조선일보db
-결국 본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 매치’가 성사되는 것 아닌가.

“상식적으로 보면 둘의 재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변수가 있다. 각 당 후보는 오는 7·8월에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결정을 한다. 경선은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뽑을 대의원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대의원들이 전당대회에서 투표를 통해 공식적으로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트럼프의 ‘법적 리스크’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재판 때문에 공화당 경선의 판세가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당대회때 대의원들이 ‘트럼프가 이런 상황인데 바이든을 이길 수 있겠느냐’ ‘후보를 교체해야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는 경선 과정에서 공화당 후보가 되기 위한 대의원 다수를 확보해놓고도 ‘후보 교체론’ 때문에 한 동안 힘들어했다. 공화당 주류 인사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반트럼프’ 운동이 대의원으로 확산되면서 당시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안정된 후보’로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골치가 아팠었다. 이런 변수가 또 다시 불거질 지 지켜봐야 한다.”

-’파죽지세’ 트럼프의 기세를 막기 위한 바이든의 전략은 무엇인가.

“2016년 당시 트럼프 캠프를 쫓아다니면서 느꼈던 건 트럼프의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도 ‘비호감도’가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동네 깡패’ 같았다면 힐러리는 유세장에 잘 나타나지도 않는 ‘귀족’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힐러리의 인종차별 성향, 보통 유권자층과는 동떨어진 상류층 이미지 등이 트럼프에게 상당한 이점이 됐었다.

이번 대선에선 바이든이 고령이고 맥도 없고 ‘무능하다’는 이미지가 강함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내에서마저 트럼프는 절대 안된다는 ‘반트럼프 전선’이 경선 초반부터 생기지 않았나. 이런 움직임이 확대되면 지난 대선 때 트럼프에게 표를 찍었던 느슨한 지지층들이 트럼프에게 또 다시 표를 줄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경선 초반만 보고 본선에서도 트럼프가 독주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의 재집권 위험성을 얼마나 설득력있게 전달하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뉴햄프셔=이민석 특파원 seo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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