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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4-02-05 10:5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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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항공기 안전사고 2배 급증…서방 제재에 부품 차질
내용

 입력2024.02.05. 오전 10:26

 

지난해 안전사고 74건…10만회 당 9.9회 발생
경제 제재에 부품 조달·유지 보수 차질…안전성 저해

러시아 우랄항공의 항공기. [사진=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에서 항공기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예비 부품 조달과 유지 보수에 차질을 겪으면서 안전성이 떨어진 결과다.

19인승 이상 모든 항공기의 사고를 추적하는 독일 항공사고조사국(JACDEC)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현지 항공사에서 74건의 안전사고가 접수됐다고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는 2022년 36건 대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WSJ이 JACDEC의 자료와 글로벌 항공 분석 업체 시리움(Cirium)의 비행 일정 기록을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러시아에서는 항공기가 10만회 출발할 때마다 9.9회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0만회 당 5회, 2019년 4.5회와 비교해 사고 발생 빈도가 배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9월 시베리아 옴스크시로 향하던 우랄항공의 에어버스 A320 항공기는 유압장치에 기술적 결함이 생겨 다른 공항으로 우회하기로 결정했다. 항공기의 연료가 급격히 부족해지고 빨리 착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165명이 탑승한 이 항공기는 결국 러시아 남부의 농지에 비상 착륙했고, 해당 항공기는 현재도 그곳에 남아 있다.

JACDEC 자료에 따르면 이 밖에도 비행 중 엔진에 불이 나거나 엔진이 작동하지 않은 경우, 착륙 중 고무 랜딩 기어 타이어가 터진 경우, 기계가 오작동한 경우 등 다양한 사고가 발생했다.

S7항공이 운영하는 보잉 737기는 이륙 후 지난해 12월 두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객실 내부에서 쾅 소리가 나면서 공항으로 회항했다.

러시아 연방항공교통국은 서방의 제재로 자국 항공의 안전이 훼손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안전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 제재로 서방 항공기 제조업체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이 차단돼 예비 부품 제공, 정비 지원, 핵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이 금지된 상황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기업들이 항공기를 중정비하고, 부품을 직접 제작하고, 부품 교체를 위해 항공기를 해체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새로운 법을 도입했다. 정기적인 유지 보수 간격도 길어지거나 미뤄졌다.

이러한 조치는 보잉, 에어버스 등 서구 제조업체나 미국 연방항공청, 유럽연합 항공안전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항공 컨설팅 회사 프렌들리에이비아서포트의 올렉산드르 라네키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 항공사들에 부과된 제재로 항공기의 감항성(항공기의 성능, 구조 등이 안전성·신뢰성을 갖고 있는지 여부) 유지와 기술 상태가 크게 저해됐다“며 “누적되는 과제는 안전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사고는 심각한 인명 피해나 재난을 피했지만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기계적 문제가 승객 안전에 큰 위험을 초래하고 더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는 특히 착륙 장치와 브레이크 부족에 노출돼 있으며 정비를 위해 항공기를 이란으로 보내야 했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또 바퀴를 수리할 때 타이어를 용접하는 기술 노하우가 부족하고, 품질이 낮은 제설제로 문제가 발생해 안전사고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헨리 구르지 항공안전재단(FSF) 안전 전략 및 정책 책임자는 “그들(러시아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많다”며 “그들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현경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