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화장품이 중국 상반기 최대 할인행사인 ‘618 쇼핑 축제’에서 매출 상위 40위권에도 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618 쇼핑 축제’는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내 2위 플랫폼인 징동닷컴이 개최하는 상반기 중국 최대 할인 행사다. 알리바바를 비롯해 대부분 쇼핑몰이 참여해 국내 화장품 업체에는 상반기 대목으로 알려져 있다.
24일 알리바바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티몰의 집계에 따르면 스킨케어 매출 상위 40위 가운데 한국 화장품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은 작년 후(WHOO) 등 주요 제품을 중심으로 로레알과 SK2 등에 이어 매출 6위를 차지했으나 올해에는 40위권밖으로 추락했다.
국내 화장품 기업의 전체 매출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전년과 비교해 40~5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티몰의 618 쇼핑 축제 화장품별 판매보고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세트 매출은 449만달러(58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사전 예약 판매에서만 12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하락한 수치다.
LG생활건강의 ‘후’ 세트는 1048만달러(136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티몰 플래그십스토어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50~60%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업계에서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 파워가 중국에서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618 쇼핑 축제에서 로레알, 시세이도, 에스티로더와 같은 유럽 및 일본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는 작년 대비 세 자릿수 성장하면서 빠르게 매출을 회복했다. 1위 화장품업체인 로레알은 티몰에서만 1억5000만달러(1951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사이에서 애국소비인 ‘궈차오 열풍’이 불면서 중국 화장품이 약진하고 브랜드 파워가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 화장품이 외면받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화장품 브랜드가 한국 화장품을 빠르게 카피해 이제 성능에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며 “이 때문에 브랜드 힘이 있는 유럽과 일본 화장품 브랜드만 살아남았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모두 중국 매출이 빠르게 하락중이다. 아모레퍼시픽 2분기 실적은 연결 매출 1조2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매출은 23.4%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화장품업계에서는 618 쇼핑 축제 결과에 대해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화장품 기업은 통상 618 축제가 종료되는 동시에 보도자료를 내고 성과를 홍보했지만 올해에는 자료를 내지 않았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한국 화장품 매출이 크게 하락하면서 미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