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몬도 상무장관 “세금 아끼려 쥐어짠다” 지난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미국 정부에 생산 보조금을 신청한 최첨단 반도체 기업들이 원하는 금액의 절반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자금 수요가 정부 가용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기면서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대담에서 미 '반도체·과학법(칩스법)'과 관련해 “인텔,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TSMC), 삼성전자 등 최첨단 반도체 기업들이 요청한 보조금 총액이 700억 달러(약 93조 원)가 넘는다”고 밝혔다. 상무부가 칩스법을 통해 책정한 반도체 생산 보조금은 390억 달러(약 52조 원)이고, 그 중 최첨단 반도에 배정된 금액은 280억 달러(약 37조 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8월 서명한 칩스법은 미국 내 반도체 투자 장려를 위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생산 보조금 총 390억 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총 132억 달러(약 18조 원) 등 총 527억 달러(약 70조원)를 5년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보조금을 받으려) 미국 안팎의 반도체 기업들이 상무부에 제출한 투자의향서가 총 600건이 넘는다”며 “관심을 표명한 기업 상당수가 자금을 받지 못하리라는 게 잔혹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납세자의 세금을 최대한 아끼려 애쓰고 있다는 취지다. 그는 “협업 정신으로 업계와 협력하고 있지만 나는 납세자의 돈을 보호하는 데 충실하고 있다”며 “개별 기업과의 어려운 협상을 통해 각 기업이 더 적은 비용으로 경제와 국가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내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1달러까지 쥐어짠다(squeezing)”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와서 수십억 달러를 요청하면 난 ‘타당한 요청이지만 요청액의 절반만 받아도 당신은 운이 좋다’고 말한다. 그들이 최종 합의를 하려 다시 올 때는 원했던 금액의 절반도 못 받게 되고 그들은 ‘운이 나쁜 것 같다’고 말한다”며 “그게 현실”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3월 말 삼성 등 보조금 발표”
칩스법은 성과가 있었다. 러몬도 장관은 대규모 최첨단 '로직 반도체(논리적 연산을 수행하는 시스템 반도체)' 생산 클러스터 2곳을 조성하는 게 원래 목표였는데 이를 초과 달성할 듯하다며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량의 약 20%를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최첨단 로직 반도체가 전혀 생산되지 않고 있다. 그는 앞으로 ‘제2 칩스법’이 필요할 수 있다고도 했다.
상무부는 지금껏 영국 방위산업체 BAE시스템스,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및 글로벌파운드리스 등 3곳이 대상인 보조금 지급 계획을 공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가 3월 말에는 삼성전자와 인텔, 대만 TSMC 등 미국에 시설 투자를 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지급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