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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임신중지 자유' 개헌 눈앞…"되돌릴 수 없는 권리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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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4.02.29. 오후 8:01

 

지난달 하원 이어 28일 상원 통과…미 대법 임신중지권 후퇴 판결·유럽 극우 득세 위기감이 배경

프랑스 상원에서 28일(이하 현지시간) 임신중지 자유 보장을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안이 가결됐다. 미국과 유럽 일부에서 임신중지권이 위협 받자 이를 헌법에 명시해 후퇴를 막겠다는 취지다.

미 CNN 방송,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을 보면 이날 프랑스 상원은 찬성 267표, 반대 50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해당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에리크 뒤퐁 모레티 프랑스 법무장관은 "오늘 저녁 상원은 여성의 권리에 대한 새 장을 썼다. 이 투표는 역사적"이라며 "우리는 여성이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있는 자유를 헌법에 명시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소셜미디어(SNS) 성명을 통해 상원 표결을 환영하며 "나는 여성이 임신중지를 할 자유를 헌법에 명기해 되돌릴 수 없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고 상기시켰다.

개헌안 상원 통과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은 다음 단계인 양원 합동회의를 다음달 4일에 열겠다고 밝혔다. 헌법 개정을 위해선 양원 합동회의에서 상·하원 의원 5분의 3의 승인이 필요하다. 해당 개헌안은 지난달 하원에서도 찬성 493표, 반대 30표로 압도적 가결이 이뤄졌기 때문에 합동회의에서도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프랑스에선 임신 14주까지 특별한 사유 없이도 여성이 원할 경우 임신중지가 보장되고 임신중지권에 대한 사회적 지지도 높아 권리가 위협 받는 상황은 아니다. 2022년 6월 미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어 임신중지에 대한 헌법적 보호를 폐기하는 결정을 내리며 권리가 실제로 후퇴할 수 있다는 증거를 보인 것이 이번 개헌 시도의 배경이 됐다.

프랑스 정부가 작성한 입법 취지에 관한 설명에선 미국의 로 대 웨이드 폐기 사례가 직접 거론됐고 "안타깝게도 이 사건은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많은 국가, 심지어 유럽에서도 여성이 원할 경우 임신을 중단할 자유를 방해하려는 흐름이 있다"고 지적됐다.

모레티 장관은 지난달 하원에서 개헌안 통과를 촉구하며 "최근 미국 대법원 결정이 상기시켰듯 역사는 모두가 확실히 얻어냈다고 믿은 기본권이 한순간에 사라진 사례로 가득하다"며 "여성의 권리에 대한 것은 특히 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원의원들에게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권리가 위협 받을 때까지 기다리면 언제나 너무 늦는다"며 "임신중지의 자유는 사람들의 미래를 결정하도록 허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것들과 다르다. 민주주의가 그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려면 여성이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에서 극우가 세를 불리며 이들이 정권을 잡거나 연정에 참여하고 의회에서 의미 있는 의석을 차지하는 사례가 가속화된 것도 임신중지권을 헌법에 명시해 어떤 성향의 정부에서도 되돌리기 어렵게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표출된 배경이 되고 있다.

1990년대부터 강력한 임신중지 제한이 이뤄진 폴란드에선 민족주의 성향 우파 법과정의당(PiS) 집권 시기 동안 제한 강화가 시도됐고 2020년 헌법재판소는 태아가 기형인 경우에도 임신중지를 금지했다.

폴란드에선 강간에 의한 임신, 임산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등 극히 제한적 상황에서만 임신중지가 허용된다. 지난해 집권한 중도좌파 도날드 투스크 정부는 임신 12주까지 낙태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지만 의회에서 어렵게 가결이 되더라도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대통령, 헌법재판소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는 프랑스 장물랭리옹 3대학 법학 교수 마틸드 필립 게이가 프랑스 활동가들이 헌법 개정을 요구한 이유를 임신중지권이 "전 세계와 유럽에서 극우 정부가 선출되면서 위협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정권이 교체될 수 있고 다음 선거에선 (극우) 마린 르펜이 승리할 수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르펜은 임신중지를 반대하지 않지만 그의 정당은 전통적으로 반대해 왔고 극우 운동은 전통적으로 임신중지권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임신중지에 대한 헌법적 보호가 철회되고 판단이 각 주에 맡겨진 미국에선 혼란과 더불어 임신중지권이 크게 후퇴했다. 28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17개 주에서 임신중지가 전면 혹은 거의 금지됐고 미국의 15~44살 여성 3분의 1이 이러한 주에 거주 중이다.

로 대 웨이드 폐기가 수정란의 지위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켜 응급 피임과 수정란을 이용하는 난임 치료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던 가운데 지난 16일 앨라배마주 대법원에서 체외 인공수정(IVF)을 위해 만들어진 냉동 배아(수정란)을 어린이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냉동 배아 폐기나 연구 이용 땐 처벌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며 앨라배마주에서 최소 3곳의 의료기관이 체외 인공수정 시술을 중단했다.

이에 민주당은 상원에서 체외 수정 및 보조 생식 기술에 대한 연방 보호를 설정하려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28일 공화당에 의해 차단됐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상원에서 임신중지 자유 보장을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안이 가결된 뒤 상원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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