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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4-03-04 08: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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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품은 나토, 발트해서 러시아 포위…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내용

입력2024.03.04. 오전 6:01

 

트럼프 당선 땐 ‘안보우산’ 날아갈 가능성…마크롱 ‘파병론’에 동맹 균열 위기도

2월 2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 앞에서 나토의 32번째 회원국이 된 스웨덴의 국기가 게양될 자리가 비어 있다. AFP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을 막겠다는 러시아의 전쟁 명분이 2년 만에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이 200년 이상 이어온 중립국 노선을 버리고 나토의 32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했다. 나토가 외려 러시아의 발트해 앞마당까지 세력을 확장했다. 북유럽을 품은 나토는 러시아 함대의 대서양 진출로인 발트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됐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올해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의 ‘트럼프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유럽의 안보 불안은 심화하고 있다.

■푸틴의 자충수? 발트해, ‘나토의 바다’로

스웨덴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안보 불안이 커지자 옆나라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스웨덴은 기존 31개 회원국 가운데 마지막까지 ‘어깃장’을 놓던 헝가리 의회가 2월 26일(현지시간) 가입안을 비준하면서 서방 군사안보 동맹인 나토 회원국이 됐다.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합류는 러시아가 발트해에서 나토 동맹국에 완전히 포위되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의 역외 영토이자 군사기지가 있는 칼리닌그라드도 발트 3국과 폴란드, 북유럽 국가들에 둘러싸인 채 고립되는 형세가 됐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발트함대의 주둔지이며, 발트해는 러시아의 대서양 진출로다. 나토는 발트해 중앙에 있는 스웨덴 고틀란드섬을 중심으로 대러 방어선을 구축, 러시아 해군의 진출을 봉쇄할 수 있게 됐다. 과거 ‘옛 소련의 바다’였던 발트해가 사실상 ‘나토의 바다’가 된 셈이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세운 전쟁 명분이 오히려 ‘자충수’가 됐음을 의미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를 두고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에 안긴 전략적 참패”라고 평했다.

■‘나토 외연 확장’에도 커지는 안보 불안

북유럽으로의 ‘외연 확장’이란 수확에도 나토는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차에 접어들며 나토, 그중에서도 유럽 회원국들의 안보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가장 큰 화두는 ‘미국 없는 유럽 안보’로 인한 위기감이다. 미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불이 붙었다. 지난 2월 1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증액하지 않는다면 러시아가 나토를 공격해도 돕지 않겠다고 말해 유럽을 발칵 뒤집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격전지 아우디이우카를 비롯, 주요 전선에서 잇따라 패퇴하는 등 심상치 않은 전쟁 상황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푸틴의 건재, 암울한 우크라이나 전황,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유럽이 수십 년 만에 가장 위험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했다. 가장 큰 공포는 미국의 ‘안보우산’ 없이 유럽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할 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유럽 주요국들은 무기 생산시설을 늘리고 유럽의 연대와 자체 방위력 증대를 강조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안보 우산 철수에 대비해 자체 무기고를 채우는 동시에 우크라이나도 지원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에 직면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의 3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스웨덴의 군인들이 2월 27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인근 쿵상겐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안보 홀로서기’ 할 수 있을까

당장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공화당의 반대로 중단된 상황에서 유럽의 무기 지원이 시급한 숙제가 됐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의회에 제출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상원에 이어 하원 공화당의 반대로 넉 달 가까이 통과되지 못했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이전과 같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럽이 냉전 이후 수십 년간 소홀히 해온 군사 부문을 단기간에 재정비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싱크탱크 랜드유럽의 제임스 블랙 국방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유럽은 이제 전시 상황을 대비해 방위산업을 동원하는 방법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주요 자재를 확보하는 데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릴 수 있고, 이런 시간 지연은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유럽연합(EU)이 올해 3월 초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155㎜ 포탄 100만 발도 생산과 조달이 늦어지면서 2월 말 기준 약속한 물량의 30%밖에 인도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황에 비춰봤을 때 한 달에 최소 20만 발의 포탄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유럽의 총생산량은 한 달에 약 5만 발에 불과하고 그나마 일부만 우크라이나로 전달되고 있다.

■동맹국 분열 드러낸 ‘파병론’…서방, 레드라인 또 넘을까

이런 상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불붙인 ‘우크라이나 파병’ 논란으로 서방 동맹국 내 분열상마저 노출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2월 27일 일부 유럽 국가가 지상군 파병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파장이 커졌다. 러시아는 파병 시 러시아와 나토의 직접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고, 나토를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회원국은 “파병 계획이 없다”며 서둘러 선을 그었다.

지상군 파병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 대 러시아의 직접 대결, 즉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금기’로 여겨졌다. 이런 점 때문에 전투병 파병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파병 논의는 ‘유럽 리더’를 꿈꾸는 마크롱 대통령이 던진 ‘정치적 무리수’라는 평가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계속 고전하는 상황에서 나온 파병 논의가 3년차를 맞은 전쟁을 새 국면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지난 2년간 서방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설정한 ‘레드라인’을 여러 차례 넘어왔다. 미국과 유럽은 전쟁 초반에는 확전 빌미가 될 수 있다며 공격용 무기 지원조차 꺼렸는데, 전세가 악화하자 ‘금기’로 여겼던 주력 전차 등 중무기를 지원한 데 이어 장거리 미사일, 하이마스, F-16 전투기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했거나 이를 약속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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