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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4-03-06 02: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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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앞두고 빅테크 압박…EU, 애플에 과징금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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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4.03.05. 오전 9:22  수정2024.03.05. 오후 2:48

 

결국 애플도 유럽연합(EU)의 과징금 폭탄을 피하지 못했다. 오는 7일 디지털시장법(DMA) 시행을 앞둔 EU가 애플에 예상보다 더 큰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빅테크를 겨냥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는 모습이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U집행위원회가 4일(현지시간) 음악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애플에 부과한 과징금은 18억4000만유로(약 2조7000억원) 규모다. 이는 애플 전 세계 매출의 0.5% 규모이자, 당초 예상돼온 5억유로를 훨씬 웃돈다. 집행위가 역대 부과한 반독점법 위반 관련 과징금 규모로도 구글(43억4000만유로, 24억유로)에 이어 세 번째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애플이 애플 생태계 외부에서 이용할 수 있는 대안적이고 저렴한 음악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것을 제한함으로써 10년간 EU 독점금지 규정을 어겼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빅테크들이 유사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예상보다 많은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조사 과정에서 애플이 잘못된 정보를 제출했던 점도 고려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특히 이날 발표는 이번 주 DMA 시행을 앞두고 공개돼 눈길을 끈다. EU는 세계 최초로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는 DMA를 시행하며 본격적인 빅테크 옥죄기에 나선 상태다. 해당 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지정해 자사 서비스를 경쟁사에 개방하고 이용자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게이트 키퍼로 선정된 6개 기업은 애플 외에도 구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플랫폼, 아마존,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 등이다.

EU는 위반 시 이들 게이트 키퍼 기업들에 연간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 최대 20%까지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DMA 시행에 맞춰 애플에 당초 예상보다 큰 규모의 과징금 폭탄을 때린 것은 강한 경고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EU의 칼끝에 서 있는 빅테크는 애플뿐만이 아니다. 메타플랫폼은 현재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반독점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거액의 과징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MS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이어 프랑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미스트랄AI와 체결한 파트너십에 대해서도 반독점 조사에 직면했다. 이밖에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틱톡에 대해서는 아동보호 규정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EU 공식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는 EU가 지난해 8월부터 시행 중인 플랫폼 규제법 디지털서비스법(DSA)에 기반한다.

애플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몇 년간 법정 싸움이 불가피하다. EU집행위원회의 이번 조치가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한 EU기업 보호라는 것이 애플측의 주장이다. 애플은 "조사 과정에서 유럽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56%를 차지하는 스포티파이가 EU집행위원회와 65차례 만남을 가졌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이라는 명목하에 디지털음악시장의 선두주자인 유럽 기업의 지배적 지위를 확고히 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의 주가는 전장 대비 2.54% 하락 마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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