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색' 젤렌스키 "민주주의에 투자를"…81년 전 처칠을 잇다입력2022.12.22. 오후 4:49 수정2022.12.22. 오후 5:08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 미국 의회에서 연설한 직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장병들이 서명한 국기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선물했다. AP=연합뉴스 스웨트 셔츠·부츠 '전투복' 차림으로 백악관·의회 누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정오께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전쟁 중에 빠져나오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위해 백악관은 미군 사령관이나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공무출장에 사용하는 공군 수송기를 내줬다. 젤렌스키가 탄 공군 수송기 C-40B는 우크라이나에 가까운 폴란드 도시 제슈프에서 이륙했다. '무제한 지원' 반대 설득하려 영어로 20분 연설 젤렌스키 대통령은 메시지의 힘을 위해 통역을 쓰는 대신 영어로 20여분 간 연설했다. 전직 코미디언답게 유머를 섞고, 우크라이나인들이 보낼 크리스마스를 언급하며 미국인들이 ‘내 일’처럼 느끼도록 하는 데 공을 들였다. "전기 없어 촛불 켜는 크리스마스, 불평 않겠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틀 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아마도 촛불을 켤 텐데, 로맨틱해서가 아니라 전기가 없기 때문”이라며 러시아가 에너지 인프라를 파괴해 수백만 명이 난방도, 수돗물도 없는 상태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불평하거나 누구의 삶이 더 편한지 비교하지 않겠다면서 "미국의 안녕이 미국이 독립을 위한 투쟁과 여러 승리를 통해 얻은 국가안보의 결과물이듯 우크라이나인들도 우리의 독립과 자유를 위한 전쟁을 존엄과 성공으로 치러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미국 정부가 제공한 공군 수송기를 타고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AFP=연합뉴스 미 공군 수송기로 워싱턴 도착…"젤렌스키, 처칠의 뒤를 잇다"
"우크라이나 국민, 절대적으로 승리할 것" 젤렌스키는 바흐무트 전장의 군인들이 서명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펠로시 의장에게 전달했고, 펠로시 의장은 이날 의사당에 게양한 성조기를 나무함에 담아 답례했다. 상·하원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의사당에 입장한 뒤 2분여간 손뼉을 치며 환영했고, 연설 중간중간 여러 차례 기립박수로 지지를 표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美, 패트리엇 미사일 포함 2조3000억원 지원 발표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185억 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 추가 군사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지원 패키지에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가 포함된다”면서 “패트리엇 포대를 훈련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방어하는 또 다른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우크라, 장기전 가능성 시사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를 초대한 배경에 대해 “미국 국민과 전 세계가 2023년까지 계속해서 단결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쟁이 금방 끝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해석했다. 젤렌스키 역시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한 기자 질문에 "단지 평화를 위해 내 나라의 영토와 주권, 자유에 대해 타협할 수는 없다"고 답해 전쟁 장기화를 각오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전쟁 중이지만…유머 섞인 기자회견·의회 연설 정상회담과 의회연설을 포함해 불과 10여 시간 머무른 긴박한 일정이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솔직한 발언과 부드러운 태도로 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가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를 설치하고 나면 패트리엇을 더 많이 받고 싶다는 신호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또 보낼 것”이라고 말하자 좌중의 폭소가 터졌다. 우크라이나가 계속 군사 지원을 요구하는 데 대한 미국 내 비판적 시각을 유머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