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4.09. 오전 11:33 수정2024.04.09. 오전 11:37
“가족 구하려 모든 일 다 했다” 코스타리카에서 바다에 빠진 할머니와 이모를 구하다 숨진 12살 케이로르 두란 디아스의 모습. 코치 제공 올림픽 출전을 꿈꾸던 12살 소년이 바다에 빠진 할머니와 이모를 구하고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중앙아메리카 코스타리카에서 발생했다. 2일(현지시각) 코스타리카 현지 매체 보도를 보면, 케이로르 두란 디아스(12)는 3월29일 코스타리카 서쪽 푼타레나스 에스테릴로스 해변에서 물에 빠진 할머니와 이모를 구한 뒤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날 가족들과 휴식차 해변을 찾은 소년은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던 할머니와 이모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보고 곧바로 구조에 나섰다고 한다. 근처에 있던 사람이 던져준 서프보드를 가지고 가족들을 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자신은 파도에 휩쓸려 빠져나오지 못했다. 소년의 주검은 이틀 뒤인 3월31일 사고가 일어난 장소로부터 200㎞ 정도 떨어진 북서쪽 에르모사 해변에서 발견됐다. 두란 디아즈는 촉망받는 유소년 국가대표 운동선수였다. 그는 지난해 국내 13살 이하(U13) 근대 5종(펜싱·수영·승마·사격·크로스컨트리) 경기에서 전국 우승을 거뒀고 엘살바도르에서 열린 국제 근대 5종 경기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국내 15살 이하(U15) 크로스컨트리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코스타리카에서 바다에 빠진 할머니와 이모를 구하다 숨진 12살 케이로르 두란 디아스(왼쪽)가 그의 코치와 함께 서 있는 모습. 코치 제공 소년의 아버지는 현지 매체에 “아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공놀이를 좋아했고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며 “그는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고 말했다. 그의 코치였던 에드레이 바르가스는 “4월8일에 전국 대회 예선이 예정돼 있어 기대가 컸다. 두란 디아스는 에너지가 넘치고 꿈이 많은 소년이었다”며 “(마지막으로 봤던) 3월27일에 두란 디아스는 자신의 가장 큰 꿈이 올림픽 경기에 나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 2일 가족과 친척, 친구들과 선생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소년의 장례식이 열렸다. 장례식에서 지인들은 방명록에 “챔피언의 명복을 빈다”, “사랑과 감사로 당신을 기억할 사람들의 마음 속에 당신의 영혼은 살아 있을 것”이라고 썼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