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4.12. 오전 11:02
11일(현지 시각)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잠정치는 19.8%로 집계됐다. 이전까지 역대 최고치였던 19.6%를 다시 한번 뛰어넘은 것인데, 앞서 여러 기관들에서 올해 말까지 공실률이 19.8%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 바를 1분기 만에 달성했다. 맨하탄 빌딩들의 전경. /연합뉴스 그런데 공실률과 별개로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통계 발표와 함께 무디스의 상업용부동산 책임자 토마스 라살비아는 “오피스 리스크는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몇몇 긍정적인 지표가 ‘퍼펙트 스톰(작은 경제 위기들이 합쳐져 심각한 경제 위기가 나타나는 현상)’을 막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6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이던 아파트 등 다세대 공급이 2023년 말에 정점에 도달했고 초과 공급이 해소되어 상업용 부동산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메이시스(Macy’s)와 같은 매장도 조금씩 오픈하면서 공실률이 당분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이시스는 미국의 대형 백화점업체다. 무디스의 이같은 전망은 미국 부동산 시장 베팅에 나선 큰 손들의 행동과도 연결된다. 지난 8일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민간 임대 주택 회사 아파트먼트 인컴 리츠(Apartment Income REITs)를 100억달러(약 13조5360억원)에 인수했다. 상업용 부동산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상업용 부동산 못지 않게 경기가 좋지 않은 고급 주택을 포트폴리오로 가지고 있는 회사다. 아파트먼트 인컴의 주택 포트폴리오는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워싱턴DC 등 76개 고급 임대 주택으로 구성된다. 블랙스톤은 회사의 아파트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4억달러(약 5414억원)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세계 3대 사모펀드로 꼽히는 칼라일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회장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저평가 되어 있다고 평가했으며, 지난달 13일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자산운용사 슈로더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 의향을 내비쳤다. WSJ은 블랙스톤의 인수가 임대 주택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바닥을 쳐서 투자를 확대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믿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부동산 업계 주가가 2022년 초 정점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해당 부문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예컨대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여전히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크다. 피치는 “상업용 부동산 가치는 현재까지 35% 하락했다”며 “아직 금융 위기 당시의 47% 하락보다는 가치가 높은 상황이나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하락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위기 이후 비슷한 기간 동안 부동산 가치는 붕괴 이전 정점 수준의 80%까지 회복됐었다”며 “다만 현재 부동산 가치는 4년 최저 수준이며, 고금리, 재택근무 추세로 회복이 이전보다 더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뉴마크의 배리 고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대출을 청산하고 은행들이 부동산 투자에 대한 비중을 줄이는 분위기를, 그간 안좋았던 부동산 시장의 ‘반등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드러냈다. 그는 “2024년은 바닥에서 전환하는 해”라고 평가했으나 “다만 본격적인 호황기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서연 기자 minsy@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