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4.24. 오후 3:08 수정2024.04.24. 오후 4:33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현 자민당 부총재)가 23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그가 당선될 경우에 대비한 ‘줄대기’지만, 일본 내에서는 이같은 시도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소 전 총리는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건물 입구에서 아소 전 총리를 영접한 뒤 “우리는 서로 좋아한다”며 “일본과 미국, 그리고 많은 다른 일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그를 만나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소 전 총리는) 일본과 그 밖에서 매우 존경받는 사람”이라며 덕담을 전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은 고인이 된 아베 신조 전 총리를 회상하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재임 시절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쌓은 바 있으며, 아소 전 총리도 당시 부총리를 역임하며 정상회담에 배석한 바 있다. 또 두 정상의 골프 회동에도 동참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안면을 익혔다. 아소 전 총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동은 약 한 시간가량 이어졌다. 양측은 회동 뒤 낸 성명에서 “미·일 동맹이 인도태평양에서 양국의 물리적·경제적 안보과 안정에 지속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논의했다”며 “또 중국과 북한의 도전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본의 방위비 증액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동은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는 경우에 대비한 자민당의 ‘줄대기’로 해석된다. 그간 일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강화하고 주일미군 유지를 위한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이에 미 대선 이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접점을 넓히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이같은 줄대기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극진한 대우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집권당 부총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환담하는 그림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TBS 등 일부 언론은 바이든 정부 한 관계자가 아소 전 총리의 트럼프 방문을 ‘천박하다’고 평가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잡음이 이어지자 일본 정부는 일단 아소 전 총리의 이번 면담이 철저히 개인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동은) 의원 개인으로서 행해진 것으로 알고 있으며, 정부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도 이날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두 사람의 회동과 관련해 “정부가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별도의 언급을 자제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기자 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