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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3-05-22 1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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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항모 납품업체서 1조원 뇌물” 中군수업계 거물들 부패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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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항모 납품업체서 1조원 뇌물” 中군수업계 거물들 부패 스캔들
내용

 

입력2023.05.22. 오전 12:01   수정2023.05.22. 오전 12:03

 

스텔스전투기 J-20 개발로 부부장 승진한 장즈강 양회 직후 체포돼
첫 국산 항모 만든 후원밍은 “납품업체서 1조원대 뇌물” 보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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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북부 닝샤(寧夏)회족자치구 인촨(銀川)시 당서기를 지낸 장즈강(姜志剛·63)이라는 인물의 낙마 소식이 5월 들어 중국 국내외에서 화제입니다.

양회 직후인 3월 중순 엄중한 기율과 법규 위반 혐의로 중앙기율검사위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짤막하게 나왔는데, 당시에는 큰 뉴스는 아니었어요. 뒤늦게 화제가 된 건 전투기 제조사인 청두항공기공사 부사장으로 첫 스텔스 전투기 J-20 설계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 언론은 그를 ‘J-20의 아버지’라고 부르더군요.

시진핑 시대 중국 고위관료가 부패로 낙마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중국 언론도 부패보다는 혹시 그의 낙마가 J-20의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닌가를 더 걱정하고 있어요.

장즈강 사건이 불거지면서 3년 전 낙마한 후원밍(胡問鳴·66) 전 중국선박중공업그룹 회장도 소환됐습니다. 그는 재임 중 첫 항모인 랴오닝함을 개조하고 첫 국산항모인 산둥함 연구개발을 주도해 ‘항모의 아버지’로 통하는 인물이죠. 중국 군수산업계 거물들의 부패 추문이 잇따르자 중국이 자랑해온 국산 항모와 스텔스 전투기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커지는 형국입니다.
 

5월14일 중국 포털사이트 텅쉰망에 올라온 장즈장 체포 소식. 부패보다 그가 설계한 스텔스 전투기 J-20이 더 걱정스럽다는 제목이 달렸다. /텅쉰망

청두항공 부사장으로 J-20 개발 진행


장즈강은 장쑤성 출신으로 베이징항공우주대를 졸업한 전투기 설계 전문가입니다. 1982년 청두항공에 입사해 1999년 부사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17년간 재직했죠. 청두항공은 선양항공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중국 전투기 제조업체입니다. 미그-21을 복제해 만든 J-7 전투기, 4세대 주력기인 J-10 등을 만들었죠. 첫 스텔스 전투기 J-20은 그가 퇴임하기 2년 전인 1997년 연구개발이 본격화됐습니다.

장즈강은 청두항공 퇴직 후 관계로 들어가 국유자산관리위원회 국장, 베이징시당 위원회 조직부장 등을 거쳐 2017년 닝샤회족자치구 부서기 겸 인촨시 당서기로 부임했어요. 인촨은 닝샤회족자치구의 성도(省都·성 중심도시)입니다. 청두항공 퇴직 후 8년 만에 차관급으로 승진한 걸 보면 J-20 제작에 기여한 공로가 컸거나 인맥이 좋은 인물로 보여요.
 

'J-20의 아버지'로 불리는 장즈강 전 인촨시 당서기. /웨이보
장즈강은 2021년 은퇴할 때까지 4년간 인촨시 당서기로 재임했는데, 이 기간에 대한 평가는 최악입니다. 시 중심부에 상하이 동방명주를 벤치마킹한 실크로드명주탑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4300억원이 넘는 막대한 공사비로 인해 시 재정을 파탄 냈다고 해요. 결국 지하 부분만 건설한 상태에서 2022년 철거하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고 합니다.

장즈강 낙마는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구체적인 혐의는 공개되지 않았어요. 그가 J-20 프로젝트의 주요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J-20에 관한 기밀을 외부에 유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첫 국산항모개발 지휘


후원밍 전 중국선박중공업그룹 회장은 장즈강보다 지명도가 더 높은 거물급 인사에요. 1982년 난징항공우주대를 졸업한 이후 국유 항공기 제작사인 항공공업그룹에 엔지니어로 들어가 부사장까지 올랐습니다. J-10 전투기 개발, 첫 국산 대형여객기 C919 프로젝트 등에 관여했다고 하죠.

2010년 중국선박공업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첫 항모인 랴오닝함 개조에 관여했고, 첫 국산 항모 산둥함 연구개발 총지휘도 맡았습니다. 비행기 만들던 사람을 항모 만드는 데 투입한 걸 보면 경영 능력이나 추진력이 뛰어났던 것으로 보여요.
 

중국의 첫 국산 항모인 산둥함 진수 직후인 2017년8월 후원밍 산둥함연구개발 총지휘가 국영 CC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CCTV 캡처
그는 부패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항모 만들면서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52억8000만 위안(약 1조원)의 뇌물과 접대, 향응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요. 수시로 협력업체 돈으로 골프 치고 회원제 고급 식당에서 연회를 벌였다고 합니다.

부인과 이혼 후 매일 여러 명의 내연녀와 돌아가며 호텔에 투숙할 정도로 사생활도 문란했다고 해요. 당 중앙기율감시위 순시조가 여러 차례 현장 조사를 벌였는데도 개선될 조짐이 없자 결국 2020년 그를 체포하고, 공산당 당적을 박탈했습니다.
 

“J-20, 국산항모 괜찮나” 우려


항모 제작에는 많은 민영기업이 참여하죠. 이런 기업으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기고, 골프와 호화 접대를 받은 겁니다. 체포됐을 초기에는 항모 기밀을 미국 등에 누설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부패 문제에 대해 상세한 보도가 나오는 걸 보면 그런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6월 조선소에 입항한 산둥함 갑판 위에 구멍이 숭숭 나 있는 모습(붉은 원 안)이 위성사진에 찍혔다. /시노디펜스포럼
후원밍 전 회장 문제가 자주 거론되는 건 지난 수년간 이어져 온 항모 부실시공 논란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요. 그가 만든 첫 국산항모 산둥함은 2019년 취역했지만, 갑판 하자, 누수 등으로 계속 조선소에 들어가 수리를 받는다는 소식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취역 4년째인 올해에야 처음으로 서태평양 진출 훈련을 했죠. 올해로 취역 11년째를 맞은 첫 항모 랴오닝함도 올 3월 다롄조선소에 들어가 대대적인 수리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중국 내에서는 장즈강은 ‘J-20의 아버지’, 후원밍은 ‘항모의 아버지’라고 불리죠.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아버지들이 저 모양인데, 아이들은 괜찮은 거냐”는 우스갯소리도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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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find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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