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5.25. 오전 11:07 수정2023.05.25. 오전 11:08
美·러 의존도 낮추기…中 조건 없이 무기 공급
위안화로 美 개입 차단…중동에 입지 넓히는 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GCC(걸프협력회의) 정상회의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최근 중동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와 무기 판매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달러가 아닌 위안화를 결제 통화로 사용해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팅포스트(SCMP)는 중동 방위산업 전문 정보지 택티컬리포트 보고서를 인용해 사우디 정부 기관 사우디아라비아군사산업(SAMI)이 중국 국영 방산업체 중국병기공업그룹(Norinco)으로부터 정찰 드론부터 방공시스템 등 무기 구매를 위해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스카이세이커 FX80 무인항공기(UAV)와 CR500 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 자살 드론으로 알려진 크루즈드래곤 5·10, HQ-17AE 단거리방공시스템 등이 거론되고 있다.
관련 보고서에는 협상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까지 이어지면 모든 거래는 중국 위안화로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나온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이집트 역시 중국의 청두 J-10C 다목적 전투기 구매를 위해 중국과 협상 중이다. 이집트 공군 대표단은 현재 말레이사에서 열리고 있는 랑카위 국제 해양·항공우주 전시회에서 관련 중국 기업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이지만 중국이 정치적인 조건 없이 저렴한 첨단 무기를 제공하면서 대체 공급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SCMP는 최근 미국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사우디가 무기 공급처를 다양화하기 위해 중국에 접근 중이라고 봤다. 또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거래하면서 더욱 미국의 개입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전했다.
송중핑 전 중국 인민해방군(PLA) 교관은 "위안화로 거래 자금을 조달하면 달러의 영향력을 제거할 수 있다"며 "미국이 달러를 억압과 제한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집트 역시 주로 러시아와 프랑스, 독일 등에서 무기를 공급받았지만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무기 수출 역량이 줄어들면서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8~2022년 세계 5대 무기 수출국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독일 순이다. 이들은 전 세계 무기 76%를 공급했고 중국은 이중 5.2%를 차지했다.
다만 미국은 전체 판매량의 40%를 차지해 아직 중국이 이른 시일에 이를 따라잡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재하 기자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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