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책사들, 바이든-네타냐후 균열 파고드나
"이스라엘 복잡한 정치 지형 이해하기 위한 방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20년 필리핀 마닐라의 외교부에서 열린 국방 물품 전달식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의 지상전 계획을 놓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갈등을 벌이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책사들과 물밑 접촉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 관리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라콜타 전 아랍에미리트(UAE) 주재 미국 대사, 에드 맥뮬런 전 스위스 주재 미국 대사 등이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만났다고 전했다.
이들 3명은 네타냐후 총리 외에도 이스라엘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와 여러 이스라엘 관리들을 회동했다.
방문 목적은 이스라엘의 복잡한 정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고 한 소식통은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꾸린 연정은 극우 강경 세력 및 유대인 초정통파들로 구성돼 있으며 전시내각의 경우 중도파 의원인 국민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 또한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는 전직 관리들의 외국 방문이 가자지구 문제를 놓고 이스라엘과 바이든 행정부 사이의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성사된 점을 짚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을 비롯한 전직 관리들이 이스라엘 측과 구체적으로 무엇을 논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공식 고문 역할을 하는 만큼 그의 의중을 이스라엘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쟁자인 바이든 대통령보다 이스라엘에 더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내비쳤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은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당시 이스라엘은 크게 환호했고 팔레스타인인은 분노했다.
라콜타 전 대사의 경우 이스라엘이 바레인·UAE와 외교 관계를 수립할 수 있도록 미국이 중재했던 2020년 에이브러햄 협정 체결에 큰 역할을 수행했던 인물이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2023.11.08/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유지했지만, 최근 몇 달간 민간인 피해 등을 이유로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 계획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라파로 진격한다면 그동안 지원했던 무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손톱만 가지고도 싸우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두고 "바이든이 동맹국을 버렸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편 세계 각국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대비해 여러 인사들이 비공식 접촉에 나서는 모양새다.
일본에서는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지난달 뉴욕에 방문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났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도 지난 4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별장에 방문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미래에 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