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교황' 선종하면 의전은?…초유 상황에 고심하는 교황청

입력2022.12.30. 오전 10:47   수정2022.12.30. 오전 10:49

2013년 스스로 교황직을 내려놓은 베네딕토 16세(95)의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황청이 '명예교황'의 선종이란 전례 없는 상황에 맞는 의전을 고심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습니다.

현직 교황 선종시 규정된 의전이 명예교황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 불명확해서입니다.

독일 출신으로 본명이 요제프 라칭거인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제265대 교황에 올랐으나, 8년만에 고령 등을 이유로 자진 퇴위했습니다.

교황이 스스로 사퇴한 건 가톨릭 역사상 598년만의 일이었습니다.

이후 그는 명예교황으로 불리며 프란치스코 현 교황과 함께 바티칸시국에 머물러 왔습니다.

교황청은 통상 교황이 선종하면 각국 정상에 비공식적으로 관련 사실을 알린 뒤 라디오 방송으로 이를 공식 발표해 왔습니다.

교황 유고시 교황 직책을 대신하는 교황 궁무처장이 작은 은망치로 고인의 이마를 세번 두드리고 이름을 부르면서 교황의 선종을 공식 확인하고, '어부의 반지'로 불리는 교황의 인장반지를 파기하는 절차도 있습니다.

이후에는 교황 궁무처장의 지휘하에 장례식을 진행하고 새 교황을 뽑기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가 준비됩니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가 선종할 경우 이런 절차 중 상당수가 적용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프란시스코 교황이 건재하기 때문입니다.
 

성탄 전야 미사 강론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AP, 연합뉴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이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돼 온 장례식도 추기경단 단장이 아닌 프란시스코 교황이 직접 주관할 수 있다고 BBC는 내다봤습니다.

가톨릭 역사학자 존 맥그리비는 "생존한 교황이 선종한 교황의 매장을 돕는 건 여태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재임 중 퇴위한 교황은 베네딕토 16세가 처음이 아니지만 과거 사례를 참고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가장 최근 사례인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의 퇴위는 아비뇽 유수를 계기로 두 명의 교황이 양립했던 이른바 '서방교회의 대분열'을 종식하기 위한 결단의 성격이 강했다고 BBC는 지적했습니다.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 선종시 의전절차와 관련해 구체적인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교황청 관련 전문가인 마시모 프랑코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절차가) 처음부터 다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네딕토 16세가 선종할 경우 전임 교황들과 마찬가지로 성 바오로 대성당 지하에 안장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 각국 지도자가 참석하는 국장으로 장례식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BBC는 예상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홍갑 기자(gaple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