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 출구조사 결과 보도
아이슬란드도 28년 만에 여성 대통령 당선
멕시코 집권 좌파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의 대통령 후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A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중남미 제2의 경제 대국 멕시코에서 2일(현지시간)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전날 아이슬란드에서도 28년 만에 여성 대통령이 당선되는 등 세계 정치권에 여풍이 불고 있다.
이날 치러진 멕시코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에서 좌파 집권당 국가재간운동(MORENA·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후보가 승리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일간지 엘피난시에로와 TV방송 에네마스(N+)는 자체 출구조사 결과 셰인바움 후보가 이겼다고 전했다. 다만 출구조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응답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현지 매체 출구조사를 인용, 셰인바움 후보가 당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모레나 당 대표도 “셰인바움 후보가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인구 1억3000만명의 멕시코에서는 이날 오전 8시 임기 6년(단임제)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가 시작됐다.
이번 대선에는 셰인바움 후보와 우파 야당연합의 소치틀 갈베스(61) 후보, 중도 좌파 시민혁명당의 호르헤 알바레스 마이네스(38) 후보가 출마했다.
1962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난 셰인바움은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에너지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이 멕시코시티 시장이던 2000년 12월 멕시코시티 환경부장관을 맡아 2006년 5월까지 역임했다.
2012년에는 오브라도르의 국가재건운동 창당에 참여했다.
이후 2015년 10월~2017년 12월 틀랄판 구청장을 거쳐 2018년 1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멕시코시티 시장으로 일했다.
셰인바움은 온건한 이민 정책,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 공기업 강화 등 오브라도르 현 정부 정책을 대부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이번 대선은 남성 중심 문화(마치스모·Machismo)가 강한 멕시코에서 1824년 연방정부 수립을 규정한 헌법 제정 후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역사적 선거다.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로마 가톨릭 신자가 많은 멕시코는 오랫동안 여성의 가정 밖 삶을 제한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2019년 개헌과 여성 할당제 본격 도입 이후 여성의 지위를 높여 왔다.
멕시코의 차기 대통령은 광범위한 재정 적자와 심각한 수준의 폭력, 에너지 및 수자원 인프라 해결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짚었다.
또한 이민, 외교 등 미국이 우선시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멕시코를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만든 양국 간 무역 협정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CNBC는 설명했다.
여당의 득표율은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법원 등 기관에 대한 개헌을 시도하려는 여당이 의회에서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일부 도시 중산층 유권자들은 집권 여당의 성과에 대한 심판론이 더 강해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날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멕시코시티 시장의 주요 후보(여당) 역시 여성이어서 대통령과 멕시코시티 시장, 멕시코주 주지사 등 국정과 수도권 행정을 모두 여성이 맡게 될 가능성도 있다. 델피나 고메스(61) 멕시코주 주지사는 지난해 선거에서 당선됐다.
한편 1일 치러진 아이슬란드 대선에서도 역대 두 번째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AP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이 전했다.
2일 아이슬란드 공영 방송 RUV에 따르면 개표 완료 결과 기업가이자 투자자 출신인 할라 토마스도티르 후보(55)가 34.3%를 득표해 임기 4년의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
25.2%를 득표한 카트린 야콥스도티르(48) 전 총리와 15.5%를 득표한 할라 흐룬트 로가도티르(43) 후보 등 득표율 1~3위 모두 여성 후보였다.
토마스도티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아이슬란드 투자사인 오두르캐피털의 공동창업자로 주목 받았다. 아이슬란드 상공회의소 역사상 최초의 여성 회장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직장 내 다양성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단체인 비팀(B Team)의 최고경영자를 맡으며 기업 윤리, 지속 가능성, 평등에 중점을 두고 비즈니스 투명성을 옹호해 왔다.
그는 2016년 무소속으로 처음 대선에 출마해 27.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8년 만의 재도전에서 6.4%포인트 더 높은 득표율로 대통령 자리를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