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6.05. 오후 5:22 수정2023.06.05. 오후 5:23
뉴욕·싱가포르 넘는 공실률…"서방 금융사 떠나는데 '경기침체' 中기업은 안와"
홍콩의 마천루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상업 부동산이 몰린 홍콩에서 '공실' 현상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부동산업체 컬리어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홍콩의 A등급 사무실 공실률은 15%에 육박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보다 세배 높았다.
이는 뉴욕 맨해튼(12.5%)과 싱가포르(4.6%) 등을 뛰어넘는 수치다.
홍콩 재벌 리카싱이 소유한 청쿵(CK)센터는 약 25%가 비어있고, 길 건너편에 리카싱이 새로 지은 건물은 빅토리아항이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함에도 세입자 한 명을 구하는 데 그쳤다.
일상 회복으로 홍콩의 소매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유독 사무용 부동산 공실률이 낮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은 중국 경제의 둔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그간 홍콩 빌딩을 채웠던 서방 은행들이 공간 규모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이 빈틈을 메울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기업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약 50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올해는 7% 감축을 검토 중이다.
JP모건은 홍콩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30명을 해고했고, 도이체방크와 스탠다드차타드, BNP파리바 등 다른 금융사들도 사무실을 줄여 비용을 낮추고 있다.
물류기업 페덱스는 아태 본부를 싱가포르로 옮겼다.
틱톡(TikTok) 운영사인 바이트댄스나 페트로차이나 등이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넘어오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이 올해 1분기 홍콩 사무실 임차에서 차지한 비중은 11%에 그쳐 2017∼2019년 평균 15%에 못 미쳤다고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업체 CBRE그룹은 밝혔다.
상업용 부동산 구매 부문에서 중국 기업들의 비중도 코로나19 대유행 전 19%에서 올해 1분기 8%로 떨어졌다.
이 와중에 CK자산이나 헨더슨개발 등 부동산 업체들은 계속해서 고층 빌딩을 짓고 있어 공급 과잉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가격도 계속 내려가는 추세다. 올해 3월 홍콩의 프리미엄 오피스 가격은 정점을 찍었던 2018년에 비해 26% 낮은 수준이다. 임대료도 4년 전에 비해 29% 하락했다.
CBRE그룹의 에디 쿽은 "가격 하락이 느릴지는 모르지만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홍콩 상업 부동산 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아 장기 침체로 접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부동산업체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의 로잔나 탕은 "현금 부자나 지역의 '큰손'들은 이렇게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자산을 당장 사들여야겠다는 압박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xing@yna.co.kr
정성조(x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