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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진실화해위 “40년간 자행된 선감학원 아동 인권유린은 국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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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40년간 자행된 선감학원 아동 인권유린은 국가 책임”

입력2022.10.20. 오전 10:09   수정2022.10.20. 오후 2:53

 

정부·경기도에 ‘공식 사과’ 권고
피해자 배보상 특별법 제정도 촉구

20일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왼쪽)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선감학원 피해자들의 말을 듣고 있다. 진실화해위 제공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40년간 다수의 아동을 법적 근거없이 부랑아로 몰아 수용한 선감학원의 중대한 ‘아동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982년 경기 안산시 소재 선감학원이 폐원된 지 40년 만에 내려진 국가 차원의 첫 진실규명이다. 선감학원에서는 강제노역과 폭행, 성폭행 등 인권침해가 자행됐고, 그로 인해 29명의 아동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부랑아 대책을 수립한 정부와 경기도에 공식 사과를 권고하고 피해자들을 위한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진실화해위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6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감학원에서 강제구금, 강제노동, 폭력, 사망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피해자 암매장 유해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피해자 167명 모두 선감학원 원생임이 확인됐으며,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을 피해자로 인정한다는 결정문을 발표했다.

선감학원 원아대장과 선감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통해 확인된 아동 사망자는 29명이다. 사망 사유별로는 익사 14명, 미기재 12명, 병사 3명이다. 진실화해위는 “원아대장 4689명을 분석한 결과 퇴소 사유 가운데 탈출은 824명으로 무려 17.8%에 달했다”며 “굶주림과 폭력, 강제노동 등에 시달리던 원생 중 상당수가 섬에서 탈출을 시도했지만 선감도 주변 서해 갯벌 물살이 센 데다 수심이 깊어 상당수 원생이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신청인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지난달 경기 안산시 선감동에서 봉분 5기를 시범 발굴해 치아 68개와 단추 6개를 발굴했다. 조사 암매장 유해는 모두 남성이며, 16세에서 18세 사이로 추정됐다. 옛 선감학원 터 인근에는 140~150기의 봉분이 있다.
 

경기 안산시 선감학원터 인근에서 발굴된 57호분 출토 치아와 선감학원 하계 원복 플라스틱 단추. 진실화해위 제공
 

선감학원에 수용된 원생들의 생활기록부. 아동들은 직업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양잠반, 재봉반, 축산부, 염전 등으로 보내져 노동 착취를 당했다. 진실화해위 제공

선감학원에서 총체적인 인권침해가 벌어진 사실도 확인됐다. 선감학원 원생들은 보수 없이 밭농사, 논농사, 양잠, 축산, 염전 등 노역에 투입됐다. 기숙사 사장, 선감학원 공무원 등에은 원생들에게 일명 원산폭격, 나룻배, 줄빠따, 한강철교, 비행기 등 단체기합과 폭행을 가했다.

인권유린을 당한 피해자들은 현재까지도 정신적 상처를 안고 있다. 진실화해위가 선감학원 아동 인권 침해사건 신청 피해자 중 99명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1%에 달하는 50명이 자살 시도를 했다고 응답했다. 35%는 불면증, 30%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1976년부터 3년간 선감학원에서 지낸 오광석씨(55)는 “저희는 거기 있을 때 수많은 구타를 당하면서 조금씩 고장나기 시작했다. 후유증으로 일하다 몸이 지쳐 일을 중단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우리의 생활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1942년 5월29일 개원부터 1982년 9월30일 폐원까지 선감학원에 수용된 아동은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원생의 출생년도가 적힌 4674건의 원아대장을 분석한 결과 수용연령은 7세에서 12세가 41.9%, 13세에서 17세까지가 47.8%였다.

경기도가 선감학원을 운영한 사실도 확인됐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경기도 사회사업협회는 1942년 선감학원을 개원·운영하고, 200명의 아동을 수용했다. 4년 뒤 미군정이 부랑아 수용시설인 선감학원을 경성부(옛 서울시)의 상부 기관인 경기도로 이관했다. 1957년 경기도는 경기도가 선감학원의 설립 주체임을 명시한 ‘경기도 선감학원 조례’를 제정·시행했다. 이 조례 1조는 ‘부랑아의 수용보호 및 직업보도를 위하여 선감학원을 둔다’고 돼 있다. 이를 근거로 경기도는 1982년 9월 폐쇄 전까지 선감학원을 직접 운영했다.

진실화해위는 부랑아로 지목한 불특정 아동을 법적 근거도 없이,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강제로 단속한 후 선감학원에 강제 구금한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결론내렸다. 당시 담당 공무원은 진실화해위에서 “당시 부랑아를 모으는 담당 공무원들이 외모 등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아동을 부랑아로 구분해 적법한 행정절차 없이 선감학원으로 보냈다”고 진술했다. 진실화해위는 “1961년 제정된 ‘아동복리법’ 제3조에 ‘부랑아’라는 용어가 나오지만, 부랑아에 대한 정의는 없다”며 “특정한 사회 집단을 자의적으로 수용하고 박해하는 행위는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위반과 국제법상 인도에 반한 죄”라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부랑아 대책을 수립해 무분별한 단속을 주도한 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부랑아 단속 주체였던 경찰, 선감학원을 운영한 경기도 등에 “총체적 인권유린에 책임이 있다”며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또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국가가 배보상 특별법 제정 등 적절하고 합리적인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피해자 생활 지원을 위해 생활안정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고, 피해자지원센터를 보다 내실화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트라우마 해소 프로그램 운영, 선감학원 묘역 정비 및 추모비 설치, 피해사례 발굴 사업 지속 등도 약속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이령 기자 l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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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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