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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5-05 14: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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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8년의 도전, 브로드웨이 문을 열었다… 亞 여성 최초 토니상 음악상 후보 헬렌박
내용

 

입력2023.05.04. 오후 5:38

 

아시아 여성 최초로 미 토니상 음악상 후보에 오른 헬렌 박(37).  헬렌 박 제공 “백인 남성 중심의 브로드웨이에서 한국 여성 작곡가로서 실력을 인정을 받아 기쁩니다.”

미 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인 토니상 음악상 후보에 아시아 여성 최초로 이름을 올린 헬레 박(37) 씨는 3일(현지시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용기 있게 한국인이 한국인의 이야기를 써도 된다는 격려 같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미 브로드웨이 뮤지컬 ‘K팝 뮤지컬’로 공동 작곡가인 맥스 버논과 함께 이번 토니상 음악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K팝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최초의 K팝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정기공연 2주 만에 조기종영 되며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정기공연 횟수가 17회임에도 음악상을 인정받아 후보에 올랐고, 아시아 여성 최초라 뉴욕타임스(NYT)등 미 언론도 그의 후보 지명에 주목했다. 
 

● 브로드웨이 좁은 문, “시도라도 하고팠다”

그가 브로드웨이에서 작곡가로 데뷔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기회가 워낙 적은데다 백인 남성, 기존 유명 음악가 중심으로 판이 짜져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6학년 때 뮤지컬을 접한 이후 늘 꿈이었지만 실제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부모님도 음악은 취미로 하고 의사를 권했다. 캐나다 대학에서 메디컬스쿨 전 과정인 생명과학을 전공했지만 “시도도 못해보고 포기하기에는 죽어도 싫었다.” 작곡을 독학으로 배워 뉴욕대 뮤지컬작곡과 대학원에 합격했다. 졸업 후 무작정 학교에 강연 온 유명 작곡가들에게 ‘어시스턴트로 일할 기회를 달라’고 e메일을 보내다 토니상 수상자인 유명 작곡가 탐 킷으로부터 뮤지컬 ‘이프/덴(f /then)’ 제작팀에서 일할 기회를 갖게 됐다. 

2014년 뉴욕대 동기 맥스 버논으로부터 K팝 뮤지컬 프제작에 참여 제의를 받으며 K팝 뮤지컬과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K팝은 미 주류 사회에서 ‘강남스타일’ 의 재미있는 음악 정도로 여겨졌다. 박 씨는 “미국도, 한국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으로서 K팝 커뮤니티는 유일하게 나에게 소속감을 줬고, 그 음악이 정체성이었다”며 “미국에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브리트니스피어스도 좋지만 보아도 있지 않나. 신나게 곡을 썼다”고 말했다. 이 뮤지컬을 위해 50곡 이상 썼다고 한다. 
 

K팝 뮤지컬 장면. 인스타그램 캡처 
 

●“쇼는 끝나도 작품은 이어진다 희망“

그는 “K팝의 힘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춤과 음악으로 하나가 되게 만드는 것”이라며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 사회에선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늘었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극복을 K팝에 녹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같은 한국계지만 ‘토종’이냐 미국생이냐 등으로 갈등을 빚는 내용의 ‘아메리카(Amerika)’에 특히 애정을 갖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K팝 뮤지컬은 2017년 10월 오프 브로드웨이 데뷔에서 NYT의 엄청난 극찬을 받았다. 마침 BTS가 미국의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한 때였다. 하지만 정작 지난해 말 브로드웨이 공연에선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2주 만에 문을 닫았다. 팬데믹 이후 ‘오페라의 유령’도 종영할 정도라 신생 뮤지컬이 살아남기 어려웠던 셈이다. 

그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 괴로웠지만 쟁쟁한 신작이 많은 이번 토니상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너무 기뻤다“며 “쇼가 짧게 끝나도 작품이 끝난 것은 아니고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생긴다. 8년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 조만간 K팝 뮤지컬 앨범도 첫 선을 보인다. 
 

다음주 미국에서 발매되는 Kpop 오리지널사운드트랙. 박 씨는 현재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브로드웨이로 작품과 더불어 전 세계 인기 어린이 동화인 ‘이사도라문’의 영미 합작 TV의 수석 음악 감독을 맡았고, 애니메이션 영화도 시작했다. 2020년 넷플릭스 개봉작 ‘오버 더 문’의 음악도 그의 작품이다. 바쁜 일과지만 워킹맘인 박 씨의 7살 아들은 늘 엄마 편이다. 

“아들에게 토니상 후보가 됐다고 하니 ‘엄마는 이미 K팝 무대로 상을 받은 거야’라고 했어요. 나만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솔직한 음악을 스토리가 있는 작업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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