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와 전투가 마무리되고 있다면서도 '종전' 생각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 특히 친이란 세력인 헤즈볼라(레바논 무장 정파)와 전면전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혀 중동 지역 안보 위기 우려를 높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채널14의 '더 패트리엇'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채널14 엑스(옛 트위터)23일(현지시간) 

CNN·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현지 매체 채널14에 '더 패트리엇'에 출연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전쟁의 격렬한 단계가 곧 끝날 것"이라며 이스라엘군의 초점이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북부 국경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하마스와의 격렬한 전투 종료가 '종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하마스 제거'라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거라고 했다. 하마스와 전투 종료는 일시적인 '휴전'에 불과하고 하마스 완전 제거 이전 종전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의 전쟁 국면이 끝나면 이스라엘 군 병력 일부를 북쪽으로 옮길 수도 있다며 이는 이스라엘 방어와 난민이 된 이스라엘인을 고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북부 주민 수만 명은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 간 분쟁으로 대피한 상태다.

외신은 이스라엘 군 병력 이동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네타냐후 총리는 인터뷰에서 헤즈볼라와 전면전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헤즈볼라와의 분쟁을 끝내기 위한 해결책인 '합의'인지 '전쟁'인지를 묻자 위기에 대한 외교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도 필요할 경우 "우리는 여러 전선에서 싸울 수 있으며,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국경으로부터 멀리 후퇴하는 합의를 맺기 위해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 촉발 이후 하마스를 지지하며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최근 양측 간 교전이 격화되면서 전면전이 일어날 거란 우려가 커진 상태다.

헤즈볼라의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최근 이스라엘 내부 깊은 곳의 중요한 위치를 표적으로 삼는 데 도움될 새로운 무기와 정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향해 전쟁을 시작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지난주 레바논 공세를 위한 새로운 계획을 "승인하고 검증"했다며 헤즈볼라와 전면전이 시작되면 레바논이 '제2의 가자지구'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최근 전시 내각에서 탈퇴한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 등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그는 "누구도 전쟁 중에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서두르지 않는다"며 "현 정부가 무너지면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을 인정하는 좌파 정부가 들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외신은 네타냐후 총리의 이날 인터뷰가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국내 언론, 특히 친네타냐후 성향의 우익 방송에서 이뤄진 인터뷰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그간 이스라엘 매체가 자신에게 비판적이라며 인터뷰를 피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인을 대상으로 한 '히브리어' 인터뷰를 거의 한 적이 없다"며 "그는 주로 (영어로 된) 산발적인 TV 성명과 기자회견 또는 영상을 통해 이스라엘인과 소통해 국내적으로 비판을 받아왔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