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토 대통령 시위 전국 확산에 결국 백기 들어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증세 법안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고 AFP통신, CNN 등이 보도했다.
루토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나는 양보할 것이고, 따라서 2024 재정법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며 법안은 철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루토 대통령은 갈등을 풀기 위해 젊은 층과 대화에 나설 것이라며 예산 삭감과 긴축 재정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증세 반대 시위는 케냐에서 젊은 층인 이른바 'Z 세대'가 주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가 차관을 받기 위해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케냐 정부는 과중한 부채를 감축한다며 증세 법안을 마련했지만 국민 저항에 부딪혔다.
막대한 빚에 시달리고 있는 케냐 정부는 빚을 갚는 데에만 정부 수입의 37%를 지출하고 있다.
이번 시위가 수도 나이로비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300명이 부상했다.
루터 대통령은 "매우 불행한 사건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법안은 환경 보호 차원에서 위생 수건이나 기저귀 같은 생활용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회를 점령하라'라고 명명된 이번 시위는 당초 지난 18일 나이로비 의회 의사당 인근에서 수백 명 규모로 시작된 뒤 점차 확대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시위 규모가 커지자 빵 등 일부 품목의 부가가치세와 자동차세 등 몇몇 증세안을 철회하기도 했다.
케냐 정부는 과중한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27억 달러(3조 75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거둬들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