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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01-05 10: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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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극우 장관 예루살렘 성지 방문… 이-팔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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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극우 장관 예루살렘 성지 방문… 이-팔 긴장 고조

입력2023.01.04. 오전 4:10

 

충돌 잦은 곳… 팔레스타인 ‘반발’
점령지 유대인 정착촌 확대도 논란
美 안보보좌관 이달 중재 나설 듯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이 3일(현지시간) 경호 인력을 대동한 채 이슬람교가 신성시하는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강행했다. 이곳은 이슬람, 유대교, 기독교의 공통 성지지만 기도와 예배는 이슬람교도만 할 수 있다. 성지 방문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벤-그비르 장관 트위터 캡처
출범 1주일을 맞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73) 총리 연정이 연일 극우 행보를 보이면서 중동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연정 극우세력의 대표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은 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동예루살렘 성지를 전격 방문했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벤-그비르 장관이 경호 인력을 대동하고 동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연정에 참여한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의 대표로, 이스라엘에서 가장 극우적이라고 불리는 정치인이다.

벤-그비르 장관이 방문한 동예루살렘 성지는 이슬람교도에게 ‘고귀한 안식처’로, 유대교도에게 ‘성전산’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슬람교도만이 이곳에서 기도와 예배를 할 수 있다. 유대교도도 방문할 수 있지만 기도와 예배는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서쪽 벽에서만 허용된다. 이슬람교도인 팔레스타인 주민과 유대교도인 이스라엘 경찰 간 충돌이 끊이지 않는 곳이어서 이스라엘 고위관리나 정치인은 성지 방문을 자제해 왔다. 종교적·정치적 도발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벤-그비르 장관의 동예루살렘 방문은 이스라엘 극우세력이 주장해온 성지 관리 권한을 장악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현지에서 “성전산은 이스라엘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장소로, 우리는 이곳에서 무슬림과 기독교도의 이동의 자유를 지켜왔다. 이제 유대교도도 이곳에 가게 될 것이다. 위협을 가하는 자는 엄격하게 다룰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은 벤-그비르 장관의 성지 방문에 즉각 반발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는 전날 성명을 통해 “(벤-그비르의) 성지 방문은 갈등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지를 방문한 벤-그비르 장관은 “우리 정부는 하마스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또 맞받았다.

갈등 요인은 이뿐이 아니다. 네타냐후 정부는 점령지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도 주장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르당은 지난달 28일 연정 구성 합의서에 점령지역 내 정착촌 확장과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요르단강 서안지구, 동예루살렘, 시리아 골란고원 등을 불법 점령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점령지 내 정착촌 건설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이들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승인해 왔다.

이런 움직임에 유엔은 최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적법한지 판단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유엔총회는 지난달 30일 ICJ의 조언을 구하겠다는 결의안을 찬성 87표, 반대 26표, 기권 53표로 통과시켰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두고 “총회 투표는 비열하다. 어떤 유엔 결의안도 역사적 진실을 왜곡시킬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내에서 유대인 세력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정부의 신임 이민·통합 장관인 오피르 소퍼는 ‘비유대인’의 이민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2일 공영방송 칸(KA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새로 온 이민자 약 5만5000명 중 4만명이 유대인이 아니었다”며 “비유대인 이민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 불안 조짐에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달 이스라엘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 악화 가능성을 우려함에 따라 이스라엘에서 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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