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열린 7·4 독립기념일 연례 행사에 참여하는 중 손목시계를 응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TV토론 이후 인지력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파킨슨병 전문의가 백악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인지력을 검증할 신체검사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전직 백악관 의료진들은 검사 필요성에 공감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는 백악관 방문자 기록을 토대로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 소속 신경과 전문의인 케빈 캐너드가 올해 1월 17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주치의인 케빈 오코너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캐너드는 월터 리드에서 파킨슨병 치료 권위자로 20년간 근무했다. 비즈니스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에는 자신을 2012년부터 "백악관 의료팀을 지원하는 신경외과 전문의"라고 소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로니 잭슨(공화·텍사스) 하원의원은 뉴욕포스트에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이 오코너 주치의의 주된 책임인 만큼 지난 1월 만남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코너 주치의가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에 문제없다고 발표한 2월 종합 건강검진 결과는 질 바이든 여사에 의해 은폐된 기록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오코너 주치의는 6쪽 분량의 보고서를 내고 신경학적 검사를 진행한 결과 뇌졸중, 다발성 경화증, 파킨슨병과 같은 중추 신경 장애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별도의 인지 능력 검사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이날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대학의 롭 하워드 노년 정신과 교수는 뉴욕포스트에 "주의집중 기능의 변동, 얼굴 모습, 걸음걸이를 종합했을 때 파킨슨병이 의심되는 증상을 보인다"는 소견을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ABC 방송 인터뷰에서 인지 능력 및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나는 매일 신경 검사를 받는다. 내가 가는 곳마다 세계 최고의 의사들이 함께한다"며 "아무도 내가 신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앞으로 4년 더 일할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능력이 충분하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신경외과 전공의인 산제이 굽타 미국 CNN 방송 의학 전문기자는 이날 자사 방송에 출연해 "이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상세한 인지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공유해야 할 때"라고 직격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2월 종합 건강검진 결과에 대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뻣뻣한 걸음걸이와 표정 변화 감소를 설명할 수 있는 파킨슨병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는데 관련 검진이 있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지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전직 백악관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제기됐다. 한때 오코너 주치의와 함께 바이든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의료 관계자 3명은 이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지난달 27일 진행된 TV토론을 종합해 봤을 때 바이든 대통령은 인지력 검사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오코너 주치의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지력 검사를 권유한 적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익명을 요청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