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대중국 수출' 통제 촉구
수출입 미검증 명단 기준 확대 방안도 고려
컴퓨터 회로판의 반도체칩 2022.02.25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을 막기 위해 동맹국 기업에 대해서도 무역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정통한 소식통은 미국이 일본의 반도체 장비기업인 '도쿄 일렉트론'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 등에 대해 '해외직접생산품규정'(FDPR)을 적용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미국 정부가 일본 및 네덜란드 당국에 이러한 정책을 알리고 자체적으로 대중국 수출 통제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 일렉트론과 ASML은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를 제작하고 있다.
FDPR은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이라고 해도 미국산 기술 및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다면 미국산 제품으로 간주해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정이다. 미국은 지난 2020년 중국 화웨이를 규제하기 위해 FDPR을 활용, 이로 인해 대만의 TSMC는 화웨이와 거래가 중단해야 했다.
또한 수출입 미검증 명단(UVL)의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UVL은 미 당국이 통상적인 검사를 할 수 없어 신뢰할 수 없는 기관 및 기업들의 목록으로 UVL에 등재 시 대미 수출이 제한된다.
통신은 도쿄 일렉트론과 ASML을 목록에 추가하기보다 중국과의 거래를 지속할 경우 규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이라고 통신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ASML이 답변을 거부했고, 도쿄 일렉트론도 자사는 지정학적 문제에 대해 언급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막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배경에는 중국 반도체에 대한 규제로 인해 자국 기업의 피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에 반해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장비 등을 활용하면서 미국의 규제 조치를 우회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램 리서치, KLA 등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최근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현재 (대중국) 무역 정책이 역효과를 내고 있으며 미국 반도체 기업에 피해를 주는 동시에 중국의 반도체 발전도 막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 2022년 10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제조 장비 및 기술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화웨이와 SMI 등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공급품 및 장비를 구하기 어려워 타격을 받았으나 미국 기업들의 매출도 수십억 달러 감소했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지난 4월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조치로 인해 미국 (반도체) 공급업체들은 손실 비용이 13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