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50년 넘게 공직에 종사하며 쌓아온 중요한 경력의 일몰(sunset)도 의미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승리, 비극, 마지못한 퇴장으로 정의된 바이든의 정치 50년’이란 기사에서 고령에 따른 건강·인지력 저하 논란 끝에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난 정치 인생을 조명했다. 재선에 가지 않고 자발적으로 사임한 현직 대통령이 나온 건 1968년 린든 존슨 이후 56년 만이다.
최연소 상원의원, 역대 최고령 대통령
올해로 82세인 바이든의 정치 역정은 29세에 최연소 상원의원으로 당선되며 시작됐다. 이후 36년간 상원 의원을 지냈고, 8년간 부통령으로 일한 뒤 미 역사상 역대 최고령(78세) 대통령에 올랐다. WP는 “바이든은 수년에 걸쳐 역경을 극복하면서 자신감을 키웠는데, 이는 그가 (인지력 논란이 벌어진) TV토론 이후 경주에 남아 승리하겠다고 주장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실제 바이든은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노동계급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1972년 현직 상원의원이자 전 공화당 주지사를 3000표 차이로 꺾었다. 이후 아내와 어린 딸이 타고 있던 차를 대형 트럭이 들이받아 사망해 유아기 아들 둘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 상원의원직을 포기하려다 결국 버텨냈다.
1988년부터 대선에 도전했고,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며 백악관에 입성했다. 정치적 우군이던 아들 보가 2015년 46세 나이에 뇌암으로 사망한 비극도 겪었지만 2021년 역대 대통령 후보 중 가장 많은 표인 8120만 표 이상을 얻어 미국의 46대 대통령이 됐다.
바이든은 대통령 임기 동안 일자리 1500만 개 창출을 이끌어냈고, 주요 글로벌 동맹을 복원했다. 그러나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높은 인플레이션, 남부 국경 이주민 급증으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최근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흑인 유권자와 노동조합원이라는 오랜 정치적 기반으로 관심을 돌리고, 중산층과 ‘백만장자’ 사이의 싸움으로 전투를 재구성하려고 했다. 그는 종종 말더듬 때문에 괴롭힘을 당했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러나 결국 나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022년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한 뒤 다른 상원의원에게 펜을 건네고 있다. AP=연합뉴스
린든 존슨의 부통령은 공화당 닉슨에 패해, 이번엔?
WP는 “바이든의 (후보 사퇴) 결정은 린든 존슨이 국내 정책에서 성공을 거두었으나 베트남 전쟁 처리에 대한 압박을 받고 물러났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며 “존슨의 부통령 휴버트 험프리는 결국 공화당의 리처드 M. 닉슨에게 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바이든은 자신의 유산이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자신이 민주주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불렀던 트럼프에 맞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은 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한다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내가 시작한 일을 완수하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