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스, 양자·다자대결서 우위
“혼돈·증오의 국가서 살고 싶나”
첫 유세 밀워키서 트럼프에 강공
정책공약 열거하며 ‘미래’ 강조
“해리스 예리해” 56%로 더 높아
고령 리스크 트럼프로 옮겨붙어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후보 사퇴 하루 만에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굳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대선 출마 발표 후 첫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는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겠다”며 집중 공격에 나섰다. 민주당이 8월 1일부터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온라인투표를 진행하는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 밤 일찌감치 후보 선출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해 대선 후보 자리를 예약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 밀워키 교외에 있는 고교 체육관에서 가진 유세에서 “이번 선거 캠페인은 미국을 위한 두 가지 비전에 관한 것이다. 하나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하나는 과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사람이 그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앞서 나갈 기회를 얻는 미래를 믿는다”고 말했다. 자신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가 비전을 ‘미래 대 과거’로 대비한 그는 이어 “트럼프는 미국을 후퇴시키길 원한다”며 “우리는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정책 공약을 열거한 뒤 “자유·연민·법치 국가에서 살고 싶은가, 아니면 혼란·공포·증오의 국가에서 살고 싶나”라며 “우리는 모두 이 질문에 답변할 힘이 있다. 그 힘은 국민에게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약점인 사법리스크도 공격했다. 그는 “트럼프는 성적 학대를 저지른 것에 대해 책임을 인정받았으며 34개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가 인정됐다”고 꼬집었다. 이날 첫 유세에 이어 해리스 부통령은 오는 25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리는 제88회 미국교사연맹 전국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등 대선 행보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돌처럼 멍청하다’고 조롱한 데 대해 “그가 가진 게 그게 다인가”라고 일축하며 “해리스 부통령은 미래와 자유가 있는 비전, 트럼프가 만든 돕스(2022년 연방대법원의 여성낙태권의 헌법 권리 부정 판결) 이후 지옥 같은 풍경에서 비전을 제시했다”고 지원사격했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6%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정신적으로 날카롭고 도전에 대처할 수 있다’고 평가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49%만 같은 평가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불러왔던 ‘고령리스크’가 올해 78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민주당 내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이 이어졌다. 민주당 상·하원 1인자인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공동 회견을 통해 “카멀라 해리스가 미국의 47대 대통령이 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나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이날 오는 30일까지 주별로 50명 이하씩 모두 300명 이상 대의원을 확보하는 대선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8월 1일부터 온라인투표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규칙안을 공개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도전 의사를 밝힌 이는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