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7.29. 오후 12:15
눈물 흘리는 유족들 28일 이스라엘 북부 골란고원 마즈달 샴스에서 열린 드루즈(아랍계 시아파 소수민족) 어린이 장례식에서 유족들이 관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날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1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헤즈볼라는 공격 사실을 부인했다. AP 연합뉴스
■ 헤즈볼라 골란고원 공격에 전운
이軍, 무기 보관소 등 잇단 보복
숨진 이스라엘 어린이 12명 장례
레바논, 헤즈볼라 국경철수 제시
美 “베이루트 공격은 레드라인”
이스라엘이 어린이와 청소년 12명이 사망한 골란고원 축구장 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보복 공습을 가하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대한 공격을 검토하면서 골란고원을 둘러싼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사망 어린이들의 장례식이 진행된 가운데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레바논으로 옮겨붙으며 확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8일 텔레그램을 통해 “밤사이 레바논 영토 깊숙한 지역과 레바논 남부에 위치한 헤즈볼라 목표물들에 대한 일련의 공격을 가했다”며 “차브리하, 보르즈 엘 차말리, 베카, 크파켈라, 키암, 타이라 하파 지역 등의 무기 보관소와 테러 관련 시설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전날 골란고원 드루즈(아랍계 시아파 소수민족) 마을인 마즈달 샴스의 한 축구장에 떨어진 로켓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12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부상을 입은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 레바논 언론도 이날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도시인 후울라와 마르카바 근처에 공습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또 안보 내각 회의를 열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게 보복 규모와 시기를 결정할 권한을 부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베이루트의 헤즈볼라 시설 등에 대한 공습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전했다. 다만 군은 가자 지역 전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전선을 확장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즈볼라는 로켓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거듭 부인했고, 레바논 정부는 국경선에 있는 헤즈볼라 철수안을 이스라엘 측에 제시했다. 압불라 부하비브 레바논 외교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언론 알 하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을 중단하면 헤즈볼라를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북쪽으로 29㎞ 떨어진 리타니 강 너머로 철수시킬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로켓 공격으로 사망한 어린이들의 장례식도 이날 열렸다. 유족과 조문객 수백여 명이 참석한 이날 장례식에서 드루즈 종교지도자 셰이크 무와페크 타리프는 “민간인을 해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드루즈 출신 정치인 파틴 물라 전 의원은 “어린이들이 놀고 있는 곳을 헤즈볼라가 의도적으로 공격했다”며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와 모든 테러리스트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에이머스 호크스타인 미 중동 특사는 전날 갈란트 장관과 만나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상대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베이루트 공격은 레드라인을 넘는 것일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해 더 이상의 사태 확대를 피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박상훈 기자(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