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0엔 이상 폭락하며 1987년 블랙먼데이 하락폭 넘어
일본 증시 전광판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일본 증시가 5일 4000엔 이상 폭락하며 사상 최대였던 1987년 '블랙먼데이'의 하락 폭을 넘어섰다. 1987년 10월20일 3836.48엔 하락하며 침체의 늪이 시작됐는데 최근 잃어버린 30년을 되찾는다며 수개월 호조였던 일본 증시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위험성이 높아졌다.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이날 도쿄 증시는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엔화 절상 진전 여파로 오후 들어 매도 주문이 더욱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오후 2시 26분께 닛케이 평균 지수는 전장 대비 4204.40엔(11.71%) 떨어진 3만1705.30엔을 기록했다.
닛케이 평균주가가 정규장 동안 3000엔 이상 하락한 것은 1987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1990년에도 큰 하락을 경험했지만, 이 경우에도 최대가 2400엔대 하락 폭이었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 고용 통계 결과가 시장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미국 내 경기 둔화 우려가 더욱 커지면서 이날 매도 주문이 쇄도했다.
또한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 한때 1달러에 142엔 수준까지 절상되는 등 일본 기업의 실적에 대한 우려로 수출 관련주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오사카 거래소에서는 오전 9시 16분부터 10분간 토픽 선물과 옵션거래에서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 조치가 취해졌다. '서킷브레이커'는 거래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거래소가 일시적으로 매매를 중단하는 조치다.
토픽 선물 거래 등에서 발동되는 것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주식시장이 폭락했던 2011년 3월 이후 약 13년 만이다. 이 외에도 5일에는 장기 국채 선물 거래 등에서도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시장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경제지표가 잇따라 좋지 않아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는 데다 외환시장에서 엔화 강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하락 폭을 확대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SNS에서는 주가 폭락에 대해 "이건 정말 위험하다" "주식시장이 폭락할 때 일하고 싶지 않다" "죽은 사람들이 우르릉거리는 시장" 등 많은 탄식이 쏟아졌다. 닛케이는 사람들로 가득 찬 극장에서 "불이야"라고 외쳤을 때와 같은 광경이라면서 "시장 참가자 모두 매도를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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