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약세 흐름을 이어가면서 가치가 연초 대비 최저로 떨어졌다. 달러를 상대로 유로, 파운드, 엔화 모두 강한 오름세다. 미국의 경제가 둔화하고 중앙은행인 연준이 9월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달러를 끌어내리는 배경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달러를 빌려 금리가 높은 신흥국 통화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AFPBBNews=뉴스1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산정한 달러지수는 20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101.31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달러가 하락하면서 달러/유로 환율은 1.113달러로 올 초 대비 최고로 올랐고, 달러/파운드 환율도 1.305달러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은 이달 초 시장 동요 이후 처음으로 한때 145엔이 깨졌다. 페퍼스톤의 크리스 웨스턴 리서치 책임자는 로이터에 "최근 달러 대비 여러 통화 환율에서 볼 수 있듯이 달러는 시장에서 동료를 찾지 못한 채 자유낙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달러 지수는 연초 미국의 강한 경제 흐름을 반영해 상반기에 4.4% 오르면서 강세를 나타냈으나 경제 둔화와 금리 인하 전망이 강화하면서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서만 2.6% 하락하며 약세가 가팔라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 외환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시장은 미국 경제의 완만한 둔화와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것이 달러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고 설명했다.
달러지수 6개월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특히 투자자들은 미국에서 오는 22일 시작되는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비둘기 발언(23일 연설)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바클레이스의 스카일라 몽고메리 코닝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잭슨홀에서 나올 비둘기 발언이 달러 가치를 내리누를 수 있단 전망에 시장이 흥분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고용지표 수정치가 큰 폭 하향 조정될 수 있단 예상이 비둘기 전망을 부채질한다"고 말했다. 21일 미국 노동부는 3월까지 12개월간의 비농업 고용 수정치를 공개할 예정인데, 시장에선 최고 60만~100만개의 일자리수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최근 미국 소매판매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급격한 침체 우려를 덜었음에도 시장은 여전히 연내 연준이 금리를 3~4단계(통상 0.25%포인트 단위로 조절) 인하할 수 있다고 본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올해 말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1%포인트 낮은 4.25~4.5%일 확률을 44.5%로 가장 높게 반영 중이다. 올해 세 차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남아있음을 고려할 때 최소 한 번 이상은 빅컷(0.5%포인트 인하)을 기대한단 의미다.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12월 미국 기준금리가 4.25~4.5%를 가리킬 가능성을 가장 높게 반영 중이다. 현행 5.25~5.5%에서 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단 전망이다./사진=CME페드워치블룸버그는 시장에서 달러 약세 전망이 강화되면서 달러를 빌려 신흥국 통화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움직임도 나타났다고 전했다. 당초 일본 엔화를 빌려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유행했지만 일본은행은 연준과 달리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이제 투자자들은 캐리 트레이드에 엔보다 달러를 선호하고 있단 분석이다.
크리스티안 카시코프 씨티그룹 외환 퀀트 투자자 솔루션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헤지펀드들이 달러를 가져다 브라질 헤알과 튀르키예 리라 등 신흥국 통화를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가 10.5%인 브라질 헤알 수요가 강하다"면서 "지난주 자금 유입이 평소의 3배에 달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달러에 대한 심리가 상당히 약세로 돌아섰다는 점이 투자자 포지션에서 확인된다"면서 "미국 금리 인하 관측이 확산하면서 위험 선호 움직임이 강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달러 약세가 지속될지 여부를 두고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년 동안 지속된 달러에 대한 낙관적 심리가 끝나는 것인지 장담하기 어렵단 지적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마이클 멧칼프 글로벌 매크로 전략 책임자는 FT에 "달러에 대한 투자자 시각이 아직은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다"면서 "연준의 통화 완화 속도와 한도를 더 명확히 파악하기 전엔 바뀌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