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5Q] 블링컨, 중동 방문 “마지막 협상 기회”
“이번엔 꼭 휴전 이룹시다” - 19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전쟁 여파가 중동 전역으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미국 외교 수장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휴전 협상을 타진하기 위해 또다시 이스라엘을 찾았다. 지난해 10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벌써 아홉 번째 방문이다. 블링컨이 이번 협상에 나서면서 “마지막 기회”라고 말한 만큼, 지난 1월부터 반년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지지부진했던 협상 판도가 달라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휴전 협상을 둘러싼 쟁점 5가지를 문답으로 정리했다.
Q1. 블링컨은 이번 중동 방문에서 뭘 했나
블링컨은 지난 15~16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휴전 협상에서 ‘가교 제안(bridging proposal)’ 방안을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중재국인 카타르·이집트에 전달했다. 이 협상안은 3단계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6주간의 휴전 기간을 갖고 이 기간 동안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인구 밀집 지역에서 철수, 하마스는 억류한 이스라엘 인질 중 일부를 석방하자는 것이다. 이 첫 단계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하마스는 생존 인질 전원을 석방하고 이스라엘군은 가자 전역에서 철수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이스라엘 인질의 시신을 인도하고 가자지구 재건에 착수하자는 제안이다.
19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AFP 연합뉴스
블링컨은 이 같은 제안을 내놓은 직후 이스라엘을 방문해 지도부에 협상안을 수용할 것을 압박했다. 그는 18일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을, 이튿날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차례로 면담했다. 3시간 동안 이어진 회담에서 그는 “이번 휴전 협상은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휴전을 이뤄 항구적인 평화와 안보를 위한 더 나은 길로 나아갈 결정적 순간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Q2. 블링컨은 왜 이번 협상을 ‘마지막 기회’라고 했나
미 정부가 휴전 협상이 이제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도 “이번 협상을 앞두고 우리는 이미 일부 의견 차이를 좁혔다”면서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퇴임을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겐 특히 이번 협상이 직접 전쟁을 중재할 마지막 기회다. 11월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전에 협상을 타결시키고 중동 긴장을 해소한다면, 이를 통해 임기 내 최대 업적을 달성할 수 있다. 휴전 협상이 타결된다면 현재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의 대선 승리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Q3. 지금까지 휴전 협상은 왜 이렇게 지지부진했나
그동안 전쟁 종식 과정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 종료와 완전 철수를 요구한 반면,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기 전까지 철군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극우 세력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에 강하게 반대해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13일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가 최근 몇 주 동안 새로운 휴전 조건을 추가했으며, 이것이 협상에 장애물이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1월부터 수차례 휴전 협상이 열렸지만,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번갈아 가며 회담에 불참한 것도 대화 진전을 어렵게 했다. 지난 5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휴전 협상에는 이스라엘이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고, 이번 도하 협상에는 하마스가 불참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Q4. 휴전 협상을 꼭 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협상만이 이 전쟁을 끝낼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전직 인질 협상가인 거숀 배스킨 국제사회기구 중동 국장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군사적 해결책은 지금까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 휴전 협상이 결렬된다면, 전쟁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이스라엘 공격에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와 헤즈볼라 최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가 사망하면서 현재 중동 지역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특히 이란이 자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살해된 하니예를 두고 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이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휴전 협상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Q5. 앞으로 중동 정세는 어떻게 흘러가나
2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재개되는 휴전 회담 결과에 달려있다. 다만 이 회담에 하마스가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블링컨은 19일 네타냐후와의 면담 직후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공을 하마스에 넘겼다. 그러나 하마스는 아직까지 “중재국에서 받은 내용은 매우 실망스럽고 진전이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거리에선 자폭 테러가 발생했다. 50대 남성이 메고 있던 배낭이 폭발하면서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현장을 지나던 30대 남성이 파편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망자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출신 팔레스타인 주민으로 추정됐다. 하마스는 “순교 작전”이라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이 앞으로 휴전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