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입장에 따라 갈리는 글로벌 석유 수요 전망
전세계에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고 전기차 생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최대 에너지 기업이 25년 뒤인 2050년에도 글로벌 석유 수요가 현재 수준과 비슷하거나, 다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에너지 업계에선 최근 수년간 탄소 중립 기조가 강화되며 석유의 시기가 곧 저물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왔지만, 신흥 시장에서 산업용 수요가 늘고 전기차 보급이 둔화하면서 20년 이상 석유 수요가 우상향한다는 설명이다.
2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엑손모빌은 세계 인구가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산업 수요의 지속으로 2050년까지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루 1억 배럴 이상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45년까지 석유 수요가 하루 배럴당 1억1600만 배럴에 달할 것이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다.
미국의 원유 정제 시설./연합뉴스
이날 공개한 글로벌 전망 보고서에서 엑손모빌은 “승용차의 휘발유 수요가 2050년까지 줄겠지만 많은 이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점은 휘발유가 석유 수요 중 상대적으로 작은 일부에 해당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로 대체되는 석유 사용량은 사실상 얼마 되지 않으며 세계 원유 수요의 많은 부분은 제조업, 석유화학 생산을 비롯해 선박, 트럭, 항공 등 대형 운송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다만 엑손모빌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사용이 증가세를 지속하더라도 신재생 에너지 사용 증가와 에너지 효율화와 탄소 저감기술 발달 덕에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이 2030년 전까지 꼭지를 찍고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5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 수준보다 25% 줄어들 것으로 엑손모빌은 예상했다.
산유국의 입장도 엑손모빌과 동일하다. OPEC은 “2045년까지 개발도상국에서만 석유 수요가 하루 2500만 배럴만큼 증가할 것”이라며 “중국과 인도에서만 1000만 배럴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하이탐 알 가이스 OPEC 사무총장은 “앞서 IEA가 휘발유 수요 정점을 2019년으로 전망했던 것과 달리, 2023년에 휘발유 수요가 최고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올해도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배출량-흡수량)을 ‘0′(넷제로)으로 만드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글로벌 석유 수요를 현재의 4분의 1 수준인 하루 2400만 배럴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와는 크게 배치된다 최근 IEA가 전망한 석유시장 보고서를 보면 “전기차가 늘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의 확대로 전력 생산에서 석유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오는 2029년 하루 석유 소비량이 1억560만 배럴로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10월까지 IEA는 석유 소비량 정점 시기를 2030년으로 전망했는데, 이를 1년 정도 앞당긴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분석도 IEA 보고서에 힘을 싣는다. 골드만삭스는 “석유 수요는 2034년 하루 1억1000만 배럴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면서 “2035년 이후에도 수년간 비슷한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전기차의 확산세가 느려질 경우, 석유 수요가 정점을 찍는 시기가 2040년(1억1300만 배럴)으로 늦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와 입장에 따라 석유 수요 전망에 대한 시기가 갈리는 가운데,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은 IEA가 넷제로라는 과도한 목표 달성을 위해 원하는대로 전망을 내놓았다고 주장한다. 엑손모빌의 크리스 버졸 경제·에너지 담당 책임자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IEA 전망은, 당사 전망처럼, 세계가 온실가스 목표 달성의 경로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며 “우리는 세계가 어떤 경로에 있는지 명확히 알아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자신을 속이는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