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조감도. 현대·기아 제공
한국이 지난해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로 조사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프로젝트 약정액은 총 215억 달러(약 28조6000억원)로 세계 1위이며, 2022년 미국 최대 투자국이었던 대만의 투자액보다 많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2014년 미국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한 나라였지만 작년 투자액은 그보다 3분의 1이 감소해 8위에 그쳤다.
FT는 “중국을 공급망에서 분리하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과 첨단 기술 제조업체에 대한 수익성 높은 보조금이 한국의 미국 프로젝트를 급증시키면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 경제에 기록적인 규모의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 급증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반도체지원법(일명 ‘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과시켜 태양광 패널, 전기 자동차 등에 세금 공제와 대출, 보조금 등을 제공한 데 따른 것이다. IRA는 북미에서 조립이 필요한 전기 자동차에 대해 7500달러의 소비자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지난해 발표된 미국 내 한국 참여 프로젝트는 총 90개로 그중 3분의 1 이상이 자동차 또는 전자제품 분야였다. 여기에는 현대자동차가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조지아주 배터리 합작 공장에 43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과 삼성SDI가 GM의 손을 잡고 인디애나주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35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이 포함된다.
한국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삼기의 김치환 대표는 “미국은 더 이상 중국에서 공급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공급업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삼기는 지난해 1억2800만달러를 투자해 미국 앨러배마주 터스키기에 자동차 부품 공장을 설립했다.
UNCTAD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외 투자액 중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 유입됐다. 2019년에는 대외 투자액 중 18%가 미국으로 향했다. 한국의 대외 투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1%에서 지난해 1% 미만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