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S, 레바논 지상전 장기화 우려
“헤즈볼라, 로켓·드론·미사일 위협적”
전면적 지상전 발생시 게릴라전 재현
지난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일대에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펼치면서 레바논에 거주하는 최소 558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진=AFP연합]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2006년 전쟁 이후 최대 규모 공습을 가한 뒤 지상전이 임박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레바논 지상전이 과거 미국의 베트남전처럼 이스라엘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군이 최근 헤즈볼라를 상대로 ‘삐삐(무선호출기)’와 무전기를 원격조종으로 폭발시킨 공격에 이어 대규모 전투기 공습으로 헤즈볼라 시설 300여곳을 파괴하는 등 대규모 공격에 나서며 압도적인 정보력·화력 차이를 보여줬음에도 지상전에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헤즈볼라가 2006년 이스라엘과 전쟁 이후 로켓, 미사일, 드론 위주로 방대한 무기를 비축해 왔고 레바논 남부 일대에 구축한 방대한 지하 터널 네트워크 등으로 인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처럼 교착 상태로 빠지며 “늪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셈 카리스 이스라엘 레바논 분석 담당관에 따르면 2006년 당시 헤즈볼라는 약 1만2000개의 로켓·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지난해 10월 무렵 15만개로 급증했다고 추산됐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다니엘 바이먼 수석 연구원은 최근 헤즈볼라의 무기고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이스라엘에 있어 레바논 지상전은 “1980년대 미국에 ‘베트남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베트남전에서 미국의 패착을 이스라엘이 답습할 위험성을 우려했다.
전직 헤즈볼라 군 장교 출신 소식통도 WSJ에 “레바논 남부는 지금 벌집과 같은 상태로 이란이 가진 모든 무기를 헤즈볼라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 전문가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전면전 준비에 박차를 가한 헤즈볼라가 지하 터널을 확장하고 이란산 소형 무기와 로켓, 장거리 미사일 등의 무기 밀수를 늘렸다고 설명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지상전 발생 시 헤즈볼라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사용한 전술을 모방해 대량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해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군 시설과 항구, 전력망 등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엘리아스 파르하트 전직 레바논군 장성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군사력 격차를 감안하면 이스라엘이 레바논 지상전을 압도하는 건 이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다만 헤즈볼라는 2006년 대전차 미사일을 활용한 게릴라전을 펼치는 등 비대칭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2006년 레바논 전쟁 당시 헤즈볼라는 게릴라전을 펼쳐 이스라엘 지상군에 대전차 미사일 공격을 가해 탱크 20대를 파괴하고 군인 24명을 숨지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