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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4-10-07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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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남은 美대통령 선거, 10월의 이변은 가능할까?
내용

 

입력2024.10.07. 오전 11:16 

 

 

[2024 미국 대선과 미디어]

 


▲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왼쪽 사진)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전 대통령. 사진=flickr

 

미국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 언론에 꼭 등장하는 표현이 '10월의 이변(October Surprise)'이다. 이는 대통령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만한 깜짝 놀랄 사건이 10월에 일어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공화당의 리처든 닉슨이 재선에 도전한 1972년, 국가안보 보좌관 헨리 키신저가 베트남 전쟁이 종결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해서 닉슨의 승리에 기여하면서 생겨난 표현으로, 후보나 언론이 의도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권자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사건들이 모두 포함된다. 이런 예는 멀게는 184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가깝게는 2016년 FBI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개인 이메일 서버 운영을 재수사하겠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트럼프가 덕을 본 일이 있다.

올해 선거도 예외가 아니어서, 벌써 몇 가지 뉴스가 미국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첫째, 중동 사태의 심화다. 하마스와의 휴전설이 돌던 이스라엘은 돌연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대대적으로 공격했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180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5차 중동 전쟁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미국 정부가 국제 위기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악재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의 당선을 바란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의도적인 행동이라는 의심도 나온다.

 


▲ 10월6일 YTN '레바논·가자 동시 공습… 헤즈볼라 후계자 연락 두절' 보도 갈무리

 

둘째, 미국 항만 노조의 파업이었다. 이들이 파업에 들어갈 경우 물류 대란이 발생하고 간신히 잡히려던 인플레이션이 악화될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마음을 졸였다. 특히 항만 노조 대표가 트럼프와 가깝다는 사실이 알려져 고의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했다는 의심을 받았지만, 피트 부테지지 교통부 장관의 중재로 노동자의 임금이 인상되며 무마되었다.

셋째 이변은 자연재해다.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이 강타해 막대한 피해를 낸 지역 중에는 이번 선거의 7개 경합주 중 2개(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가 포함되어 있다. 버락 오바마가 재선을 위해 뛰던 2012년에 미국 동부를 강타한 특급 허리케인 '샌디'가 재난에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 오바마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허리케인도 해리스에 유리할 수 있다. 특히 큰 피해를 본 카운티들이 트럼프 우세 지역이라서, 트럼프 측에서는 이재민들이 투표에 어려움을 겪거나, 현 정부의 리더십에 호감을 느끼는 상황을 우려한다. 큰 피해가 난 즉시 트럼프와 지지자들이 "연방 정부가 완전히 손을 놓고 있다"거나, "인명 구조를 일부러 거부하고 있다"는 허위 정보를 온라인에 쏟아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끈질기게 트럼프를 괴롭히는 '1·6 의사당 습격' 사건이다. 이 사건은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수사를 마치고 시위를 사주한 트럼프를 기소했지만, 연방대법원의 보수 대법관들은 "대통령의 공적 행위는 면책 대상"이라는 논리로 트럼프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스미스 검사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새로운 공소장에서 당시 트럼프는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후보로서 행동했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과 무관하게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 2021년 1월6일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제45대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폭도들이 미국 제46대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에 대한 연방 의회의 공식 차기 연방 대통령 인준을 막기 위해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의회 인증일에 미국 국회의사당을 무력 점거했다가 진압됐다. 사진=flickr

 

지난주에 열린 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해리스의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는 경쟁후보인 J.D. 밴스에게 "트럼프가 2020년 선거에서 패했느냐"고 물었다. 만약 밴스가 사실대로 트럼프가 졌다고 답한다면 트럼프와 지지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셈이고, 트럼프가 이겼다고 하면 선거 불인정(election denial)으로 중도층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밴스는 해리스를 공격하는 말로 대답을 회피했지만, 이 문제가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임은 숨길 수 없었다. 트럼프가 이번에 당선될 경우 검찰에 압력을 넣어 기소를 포기하게 만들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스미스의 재기소는 이번 선거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까?

현재 트럼프와 해리스는 대선을 결정할 7개 주 대부분에서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주에서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고,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건, 위스컨신, 네바다주에서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매기 헤이버먼 기자는 이중에서 해리스에게 살짝 기울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건, 위스컨신에 주목한다. 이 세 곳은 2016년에 트럼프를 지지했다가 2020년에 민주당의 바이든을 뽑았고, 의원과 주지사 등을 선출하는 2022년 중간 선거에서 다시 민주당이 승리한 곳이다.

헤이버먼 기자는 이 세 곳의 중도층이 2020년에 바이든을 지지했는데, 트럼프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자기가 이겼다고 주장하는 것을 좋게 봤을 것 같지 않다고 한다. 그는 2022년에 공화당이 이 세 곳에서 패한 이유가 트럼프의 막무가내 주장에 진저리가 난 중도층의 이반이었을 수 있다고 본다. 즉 민주당 진영에서 트럼프가 선거 결과에 불복해서 일어난 '1·6 의사당 습격' 사건을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그런 중도층에게 "봐라, 트럼프는 아직도 민주주의 절차에 승복하지 않는다"고 상기 시키기 위함이라는 거다.

최근 트럼프와 공화당은 대통령 선거인단을 결정하는 네브라스카주의 선거법을 바꾸려는 시도를 했다가 실패했다. 경합주도 아니고, 고작 5명 밖에 되지 않는 선거인단을 가진 네브라스카에 트럼프가 왜 신경을 쓸까?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대선을 결정하는 선거인단은 승자독식이 원칙이지만, 메인주와 네브라스카만 예외다. 트럼프는 네브라스카의 선거법을 바꿔 다른 주처럼 승자독식으로 만들려고 시도했던 거다.

2020년 선거에서 네브라스카는 트럼프에 4명, 바이든에 1명의 선거인을 배정했다. 따라서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제도를 바꾸는 억지를 부려서 성공했다 한들, 선거인단이 4명에서 5명으로 단 한 명 늘어나게 된다. 이 한 명을 얻기 위해 네브라스카주의 제도를 바꾸려고 할 만큼 이번 선거가 팽팽하고, 양 후보가 각각 선거인단을 269명 확보하는 무승부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두 후보 모두 현재의 교착상태를 깨뜨려 줄 '10월의 이변'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변수가 이변을 낳을 수도 있고, 새로운 변수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 변수가 무엇이었는지는 선거 결과가 나온 후에야 알게 될 것이다.

 

미디어 오늘

박상현 오터레터(OTTER LETTER)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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