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7.09. 오후 5:48 수정2023.07.09. 오후 5:49
블링컨 이어 옐런 방중으로 양국 고위급 대화 채널 활발 가동
美 반도체 디리스킹 vs 中 희귀금속 수출통제 '팽팽'…미묘한 긴장
7일 베이징서 리창 총리 만나는 옐런 장관
(AFP.연합뉴스)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6∼9일 중국 방문은 2월 불거진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갈등을 넘어서며 미중이 외교에 이어 경제 분야 고위급 대화 채널을 복원한 의미가 있었다.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거치며 중국은 리창 국무원 총리를 정점으로 허리펑 부총리, 류쿤 재정부장, 중국인민은행(중국의 중앙은행) 행장 취임이 점쳐지는 판궁성 인민은행 당 위원회 서기 등으로 구성된 시진핑 집권 3기 경제팀을 꾸렸다.
그러나 정찰풍선 갈등 속에 양국 간에는 4개월여 의미있는 대화가 결여된 첨예한 갈등기가 이어졌다.
결국 지난달 18∼19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 등과의 외교 분야 대화 채널이, 이번에 옐런 방중을 통해 경제 대화 채널이 각각 새롭게 구축됐다.
옐런 장관은 7∼8일 리 총리, 허 부총리, 류 재정부장, 판 서기 등 중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인사들과 상견례를 겸한 협의를 했고, 그 결과에 대해선 양국 모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옐런 장관은 9일 출국을 앞두고 실시한 기자회견에서 "직접적이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였다고 했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8일의 옐런-허리펑 회담에 대해 "깊고, 솔직하고, 실무적인 교류를 진행했다"며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우선 블링컨 방중 이후 보름여 만에 이뤄진 옐런 방중을 통해 미중이 고위급 대화의 흐름을 이어가며 상황관리에 나선 것 자체는 양국 관계 안정화에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달 중순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중국을 찾을 것으로 AP통신 등 외신에 보도됐고,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의 방중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제 미중 국방당국간 고위급 대화만 복원되면 시진핑 집권 3기 중국 당정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를 연결하는 고위급 대화채널 구축은 어느 정도 마무리되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양측은 예상대로 이번에 상대를 겨냥한 칼 끝을 거두지 않았다. 주요 현안에 대한 돌파구 마련에는 실패한 셈이다. 옐런 장관은 이견을 단 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대화 채널 구축에 의미를 부였다.
악수하는 미국 재무장관과 중국 부총리
(베이징 AFP=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옐런 장관은 미·중이 상호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의사소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3.07.09 clynnkim@yna.co.kr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중국에 부과된 미국의 고율 관세, 미국의 첨단 반도체 등 분야 대중국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 중국의 미국 기업 마이크론 제재,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등에서 양측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옐런 장관도 회견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중대한 이견들이 있으며, 이들 이견을 다루는데는 분명하고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디커플링은 재앙"이라며 누차 미중간 '디커플링'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국가안보'를 반복해서 강조하며 사실상 '표적형 디커플링'을 의미하는 '디리스킹'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도 "국가 안보와 중국의 국가 이익에 도움"을 거론하며 8월1일부터 시행키로 한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를 안보와 연결한 바 있는데, 이번에 옐런 방중 계기에 그 수출통제를 유보한다는 신호는 보이지 않았다.
아울러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완화 문제에 있어서도 '고율 관세가 미국의 물가를 끌어올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 속에서도 이번에 가시적인 조치가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양측은 상대에게 '카드'로 쓸 수 있는 조치들을 둘러싸고 상호 입장 차이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국은 자국 기업과 자본의 대중국 투자에 제한을 가하는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고, 중국의 희귀 금속·광물 수출 통제는 갈륨과 게르마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양측 다 상대를 겨냥한 조치들에 경제 논리가 아닌 '국가안보'의 명분을 붙였기에 유연한 대응이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결국 블링컨과 옐런 방중을 통해 중국과의 양자 관계를 안정화하고, 경쟁 속에서도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서 협력하고 싶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중국이 경쟁·갈등과 글로벌 이슈 관련 협력의 분리 기조에 응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양국 관계는 당분간 '대화 있는 경쟁과 갈등'의 시기를 보내며, 기후변화와 같은 국제 현안에서 힘을 합칠 수 있을지를 탐색하게 될 전망이다.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때까지 양국관계가 긍정적 결과물을 만들며 신뢰를 적립할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간 2번째 대면 정상회담을 통해 모종의 돌파구 모색이 가능할 수 있다는 예상과 함께, 갈등 양상이 심화할 경우 양자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하는 상황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외교가에 병존하는 양상이다.
작년 11월 발리에서 만난 바이든-시진핑
[AP.연합뉴스 자료사진]
jhcho@yna.co.kr
조준형(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