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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뉴스2024-05-24 09: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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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칼럼] 밸류업보다는 그로스업이 문제다
내용

 

2024. 5. 24 오전 8:42 입력

 


 

오랜만에 나온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주목을 끈다. 금융당국이 총출동해서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 월스트리트까지 가서 한국 IR을 했다. 효과는 두고봐야 되겠지만 물 들어올 때 그물 친다고 연초 이래로 외국인들의 아시아 시장 자금유입이 지속되고 있어 타이밍은 좋다.

그러나 생각해볼 문제는 1992년 자본시장 개방 이후 외국인의 한국주식 매수는 늘었다 줄었다 고무줄이었다. 지난 30여년간 외국인들은 단 한번도 한국증시에 대해 '코리아 프리미엄'을 준 적이 없다. 한국은 반도체, LCD, 휴대폰, 가전, 조선 등에서 세계 1등을 하는 나라였지만 외국인들에게 귀에 피가 나도록 들은 얘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였다.

예나 지금이나 외국인들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스토리,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회계의 부정확성,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주주환원의 불충분은 변한 게 없다. 이런 부정적인 나라의 주식은 다 팔고 떠나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외국인 지분율 추이를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27% 최저치에서 현재까지 27%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2024년 5월 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31%다

20여년 전과 비교하면 정부 정책, 회계 투명성, 지배구조, 주주환원 수준은 장족의 발전을 했다. 그런데도 외국인의 한국주식 저평가는 바뀌지 않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당과 이자 많이 준다고 투자를 늘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도 주가상승 기여분의 절반은 기업의 자사주 매입으로 인한 주식물량 축소효과다. 미국은 서비스업이 주된 산업이어서 고정비가 적어 설비투자를 뺀 자유현금흐름(Free Cashflow)이 좋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부양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반도체부터 대규모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경기에 따라 들쑥날쑥하고 자유현금흐름이 별로 좋지 않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과 다른 밸류업 정책을 써야 한다. 물론 그간 한국의 지배구조의 후진성과 족벌경영, 낮은 배당 등은 개선해야 할 문제이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IR과 공시 잘하고 배당 많이 준다고 투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지만 돈은 낮은 데서 높은 데로 흐른다. 성장률이 낮은 데서 높은 데로, 이자가 낮은 데서 높은 데로 간다. 돈에는 애국심이 없다. 돈 되면 가는 것이고 돈 안 되면 언제든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린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국가배분이 먼저다. 세계 평균보다 낮은 성장을 하는 지역 주식은 팔고 높은 지역으로 비중을 높이는 것은 상식이다. 지금 한국은 밸류업(Value-Up) 정책이 아니라 그로스업(Growth-Up)이 문제다. 2010년 이후로 한국은 세계 평균 성장률보다 높은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증시 저평가 문제는 본질적으로 세계 평균을 못 따라가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다.

한국의 반도체, 자동차, 화학산업 대표기업 외국인 지분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56%이고, 하이닉스도 55%나 된다. 현대차 우선주는 68%, 엘지화학 우선주는 56%다. 외국인 순매도가 난리였던 2022년과 2023년에도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0% 이하로 간 적이 없다. 결국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성장성이 있는 기업에 집중한다는 얘기다.

반도체 하나 빼고는 중국보다 잘하는 것이 없는 나라, 그렇다면 기술력이 답인데 연구개발예산 삭감하는 나라에 길게 투자하기 어렵다. 의료복지 확충도 중요하지만 갑자기 2000명의 이공계 인력이 반도체가 아니라 의대로 쏠리면 4년 뒤에는 한국을 먹여 살리는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에 치명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한국이 진정으로 증시가치 평가를 높이려면 배당보다는 성장잠재력을 높여야(Growth-Up) 한국증시가 산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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