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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7-05 11: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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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한국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매운맛 좀 보시죠”
내용

 

입력2023.07.05. 오전 5:04

 

경기 남양주 ‘쓰리소사이어티스’
스코틀랜드인 전문가와 손 맞잡고
‘한국적’ 위스키 개발하는 데 매진
버진오크 3년 숙성 ‘배치1’ 선보여
매운맛 특징…한식과 궁합 잘맞아
원액만 담은 58도 제품 한정 출시
국산보리로만 만드는 실험도 계속

경기 남양주 쓰리소사이어티스에서 생산하는 위스키 ‘기원(KI·ONE)’. 오른쪽부터 버진오크에서 숙성한 ‘배치1’, 버진오크와 버번오크에서 숙성한 증류액을 섞은 ‘배치2’, 30병만 생산한 ‘배치3’. 남양주=지영철 프리랜서 기자

이젠 한국에서도 위스키가 나온다. 더이상 위스키가 영국 스코틀랜드나 미국에서만 생산하는 술이 아닌 것. 한국에서 위스키라니, 가능성이 있을까. 그 선두에 올해 위스키 출시에 성공한 경기 남양주 쓰리소사이어티스가 있다. ‘100% 국산 위스키’를 꿈꾸는 도정한 쓰리소사이어티스 대표(49)를 만났다.

재미교포인 도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 한국지사 최연소 임원이었다. 그는 ‘자기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에 2013년 수제맥주 양조장 ‘핸드앤몰트’를 창업하고 연매출 60억원의 신화를 이룬다. 그때 그는 깻잎맥주 등 국산 농산물을 넣은 맥주를 선보여 주목 받았다. 2018년 세계 최대 맥주 기업인 AB인베브에 핸드앤몰트를 매각하고 위스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한국에 수제맥주 양조장은 많은데 왜 위스키 양조장은 없는지 궁금했어요. 심지어 이웃나라인 일본은 ‘산토리’, 대만은 ‘카발란’ 등 세계적인 위스키를 수출하고 있죠. 한국도 세계적인 위스키 생산국이 됐으면 했어요.”

결심이 서자 그는 스코틀랜드 글렌리벳 증류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앤드류 샌드 상무(마스터 디스틸러)와 손을 맞잡고 2020년 남양주에 양조장을 설립한다. 좋은 물과 고품질 농산물이 많이 나고 서울과 가까운 남양주는 위스키 양조장을 세우는 데 딱 알맞았다. 도 대표는 운영을, 샌드 상무는 생산을 맡았다.
 

도정한 쓰리소사이어티스 대표가 위스키 저장창고이자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연구개발(R&D)센터의 오크통 사이에서 활짝 웃고 있다.

위스키의 원재료는 보리·옥수수·호밀·밀이다. 이를 맥주처럼 발효주로 만들어 증류해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면 위스키가 된다. 위스키병에 써 있는 ‘연산’은 숙성 연수다. 어떤 오크통(오크·캐스크)에서 숙성시켰느냐에 따라 위스키 맛도 천차만별이다. 가령 술인 ‘럼’을 담았던 통에서 위스키를 숙성하면 ‘럼캐스크 위스키’가 된다.

쓰리소사이어티스의 첫 위스키인 <기원(KI·ONE)>(40도)은 한국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다. 싱글몰트 위스키란 100% 맥아(싹을 틔워 말린 보리)로 만들어 단일 증류소에서 증류한 술을 뜻한다. 흔히 싱글몰트 위스키를 마시면 그 증류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들 한다. 새 오크통인 ‘버진오크’에서 3년 숙성한 <기원> ‘배치1’의 핵심적인 맛은 ‘매운맛’이다. 도 대표는 위스키의 매운맛이 한식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배치2’는 버번을 담았던 버번오크와 버진오크에서 숙성한 증류액을 반씩 섞었다. 버번오크 때문에 바닐라·크림·캐러멜이 느껴지며 ‘배치1’보다 부드러운 맛이 강하다. 지난달 출시한 ‘배치3’는 30병만 출시한 한정판으로 도수는 58도다. 이는 ‘캐스크 스트랭스’로 숙성된 위스키 원액에 물을 섞지 않고 그대로 내놓은 것이다.

“한식과 궁합이 잘 맞는 술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식의 대표적인 맛이 ‘매운맛’이라고 생각해 이를 구현하는 데 힘을 썼죠.”

아직 쓰리소사이어티스는 스코틀랜드산 보리와 맥아를 쓴다. 맛과 가성비를 고려해서다. 그런 와중에 도 대표는 양평에 1만1570㎡(3500평) 규모의 보리농사를 짓기 시작해 올해 처음 수확했다. 언젠간 국산 보리로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위스키 때문에 농사를 짓기 시작하자 주변 농부들도 같이하자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국산 보리로 위스키를 만든다면 우리 농업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올해 수확한 보리로도 위스키를 만들어볼 계획입니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위스키를 위해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 위스키에서 흔히 쓰이는 럼캐스크·셰리캐스크(셰리와인을 보관한 통에 숙성시킨 위스키)처럼 한국 전통주를 숙성시킨 통에서 술을 숙성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국순당의 복분자가 들어 있던 오크통이나 약주인 경북 안동 ‘일엽편주’를 넣은 오크통에 위스키를 넣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통 소주처럼 항아리에서도 숙성시킨다. 또 전북 군산에서 나오는 국산 맥아로 위스키를 만들어보고 있다.

“한국은 일교차가 커서 위스키를 숙성하기 좋은 기후예요. 이곳에서도 얼마든지 멋진 위스키가 나올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또 지금은 국산 재료를 쓰더라도 위스키라서 지역특산주 혜택을 못 받지만, 향후 이런 부분도 개선이 되면 좋겠어요. 쓰리소사이어티스가 월드클래스 위스키를 만드는 날을 기대해주세요.”

남양주=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june@nongmin.com
 

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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