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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7-19 10: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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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바야흐로 ‘편의점 빙수시대’, 춘식이를 만났다
내용

 

입력2023.07.19. 오전 9:59

 

GS25의 ‘춘식이딸기빙수’.


식후감 =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라는 말이 무색하게 잘 (찾아) 먹는 ‘먹깨비’ 4인방의 내돈내산 식사 감상문.


고물가 시대,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빙수도 마찬가지다. 최근 롯데호텔서울은 8월 말까지 ‘제주산 프리미엄 망고 빙수’를 17만 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비단 이곳뿐이 아니다. 대다수의 호텔 빙수가 ‘10만원’ 구간을 넘긴 지 오래다. 그마저도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다.

이에 편의점 업계는 3천 원대 ‘가성비’ 빙수로 승부수를 띄우는 분위기다. 세븐일레븐은 ‘세부 망고빙수’를 단독으로 선보였고, CU는 ‘할매니얼’ 인기에 발맞춘 ‘청도홍시빙수’를 출시했다. GS25 역시 MZ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를 더해 ‘춘식이딸기빙수’로 맞서고 있다.

유난히 덥고, 습했던 지난 월요일 오후. 편의점 빙수 중 온라인에서 가장 뜨겁게 거론되는 ‘춘식이딸기빙수’를 맛봤다. 우유빙수믹스, 딸기빙수믹스, 딸기 시럽, 딸기 과육 등을 차례로 쌓은 이 제품은 일반 빙수보다 더 곱게 간 얼음을 특징으로 내세운다. 또한 편의점 상품 전략과 비전을 공유하는 ‘GS25 상품 트렌드 전시회 2023’에서 가맹 경영주, 임직원들로부터 올해 히트 예감 상품 1위에 꼽힌 제품이라고 한다. ‘먹깨비’ 4인방의 입맛에도 ‘히트 예감’ 일까.

까칠, 장슐랭

‘편의점 빙수’ 하면 못을 박아도 될 정도로 꽝꽝 얼어있는 얼음 덩어리가 먼저 떠올라서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이번 빙수는 두 팀원이 무려 약 450m 거리의 편의점에서 공수해주신 덕분에 숟가락이 폭 들어가는 맞춤한 상태로 영접할 수 있었다. 딸기를 잘게 잘라 올린 비주얼은 합격. 딸기만 먹었을 때는 새콤함이 강했는데 시럽과 분홍색 빙수 부분을 함께 먹으니 단맛이 확 돌았다. 나머지 절반은 순수한 우유 빙수의 맛. 섞어 먹으니 단맛이 중화되는 듯했다. 굵은 입자의 얼음 없이 우유 베이스 빙수라 아이스크림처럼 입안에서 스르륵 녹았다. 햇빛 쨍쨍한 날 나무 그늘에서 먹으면 정말 무릉도원이 따로 없겠다.

하지만 춘식이가 고양이인지, 강아지인지 진상을 확인하는 2~3분 사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달달함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내부 경고가 은은히 울리고 있었다. 3개보다 5개를 사야 더 싸다는 기적의 편의점 셈법 덕분에 따라온 ‘라벨리 프리미엄 팥빙수’의 뚜껑을 열고야 말았다. 역시 빙수는 통통한 통단팥이 살아있어야지, 미숫가루도 없으니 섭섭하구나. 절반을 먹은 ‘춘식이딸기빙수‘는 냉동고로 보냈다가 내년쯤 열어볼 것 같은 예감. 할매니얼, 아니 과일 시럽보다는 단팥 정도의 단맛을 기대하는 X세대에게는 다소 벅찬 단맛이다.
 

우유빙수믹스, 딸기빙수믹스, 딸기 시럽, 딸기 과육 등을 차례로 쌓은 ‘춘식이딸기빙수’는 일반 빙수보다 더 곱게 간 얼음이 특징이다.

빵보다 밥, 쫑

‘아~아~아~아~아~’ 흡사 맹구에 빙의한 듯 기괴한 소리를 내며 유일한 바람이었던 선풍기 앞에 앉아 무더위에 대적하던 그해 여름, 어머니는 팥 가득 연유 듬뿍 (아마도 설탕 덩어리였을) 네모난 젤리가 수북하게 쌓인 빙수를 내오셨다. 해를 거듭할수록 좋아하는 과일이 더 해지고, 얼음이 작아지는 ‘진화’ 과정을 거쳤지만 빙수는 여전히 내게 여름 하면 떠오르는 정겨운 음식이다. ‘하드’ 보다는 고급스럽고,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시즈널 한정판’ 간식이랄까.

아련한 추억의 힘 때문일까. 레토르트 식품 같은 편의점 빙수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다. (사 오는 과정에서 손가락이 너무 시렸기 때문에 첫인상도 좋을 리 만무했다.) 그렇게 첫 숟가락을 떴는데, 응? 이 익숙한 단맛 뭐지? ‘춘식이딸기빙수’를 시중의 맛으로 표현하자면 ‘보석바’와 협업한 ‘스크류바’ 같다. 두 ‘하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호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달다’에도 많은 스펙트럼이 있지만 이 단맛은, 초코의 단맛보다 과일의 단맛에 흡사한 맛이다. 입안을 감도는 시럽의 진한 단맛이 물릴 즈음 바닥의 우유 맛이 등장해 균형을 맞춘다. 다만 양을 좀 줄이고 가격도 낮추면 좋겠다.

먹생 진심, 초박

혹한 첫맛. 비주얼도 좋다. 생딸기 과육과 부드러운 눈꽃, 여기에 포인트처럼 박혀 있는 얼음. 달콤한 첫 느낌은 참 좋은데 그게 갈수록 진해지고 길다. 컵 절반은 당분을 뺀 고소하고 담백한 우유 맛의 눈꽃 빙수만 넣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을. 절반 정도 먹고 나면서부터는 달달하다 못해 아린 기운이 올라온다. 거봉같이 첫맛이 과한 단맛이면 한입 물고 말 것인데 이건 처음엔 부드럽고 매력적인 단맛이다. 그러다 점점 강도를 높여 이어지다 보니 중간에 그만둘까, 좀 더 먹을까 갈등하는 순간이 몇 차례 찾아온다. 혹시 눈꽃 빙수가 더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몇 번 시도하다 결국 아, 너무 달아서 더 못 먹겠다고 멈추게 된다.
 

‘춘식이딸기빙수’는 호불호가 갈리는 ‘단맛’이 있다.

초딩 입맛, 공주

춘식이 캐릭터와 냉동 딸기 조각만 빼면 특이점이 없는 빙수다. 여느 빙과업체에서 나온 샤베트류 아이스크림맛. 그래서 평가할 것이 딱히 없다. 기존 딸기 빙수 제품처럼 달고 맛있다. 아이들이 딱 좋아할 맛이다. 다만 ‘딸기: 중국산’ ‘당류 48%’의 압박 때문에 내 아이가 편의점에서 사달라고 한다면 설득의 시간을 가질 것 같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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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