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시간2023-09-01 11:46

주택구매 계약금 비중도 낮춰…증시 부양책 등과 병행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중국 당국이 유동성 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인하 등 주택 구매 요건을 완화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국가금융관리감독총국은 지난달 31일 공동 성명을 통해 관련 조치를 공개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완화 조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최소 다운페이먼트(down payment)의 경우 생애 첫 구매자와 두 번째 구매자에 대해 각각 20%, 30%로 일괄 제한된다.

일반적으로 다운페이먼트는 모기지 대출이 아닌 현금으로 내는 일종의 계약금을 말한다.

화타이 증권에 따르면 중국 12개 이상의 대도시는 신규 주택에 대한 다운페이먼트 비중을 30% 이상으로 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이번 결정으로 관련 규제가 완화된 것이다. 주택 계약금에 소비자의 목돈이 묶이지 않게 되면 현금이 시중에 더 풀려 유동성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인민은행 등 당국은 아울러 금융기관에 모기지 이자율도 낮추라고 요청했다. 모기지 이자율 인하는 은행과 고객 간에 새롭게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운페이먼트와 모기지 이자율 인하 관련 정책은 오는 25일부터 시행된다. 시티그룹 이코노미스트인 위샹룽은 "이번 조치는 부동산 판매를 확대하고 구매자에 대한 유동성 압박을 완화하며 시장의 투자 정서를 개선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당국은 지난달 21일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인하해 연 3.45%로 낮췄고,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알려진 5년 만기 LPR은 연 4.2%로 동결했다. 이후 대형 시중은행도 1일부터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인하했다. 2년 만기와 3년·5년 만기 금리는 각각 0.2%포인트, 0.25%포인트씩 낮춰졌다. 당국은 경기 침체 속에 현지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로 부동산 시장 전체가 흔들리자 최근 잇따라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주식거래 인지세를 기존 0.1%에서 0.05%로 절반을 낮췄다. 중국의 주식거래 인지세 인하는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또 당국은 기업공개(IPO) 속도 완화, 대형 뮤추얼 펀드사에 대한 자산 매각 제한 지시 등 여러 경기 부양책도 내놨다.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달 말 부동산 개발업체, 제조업체 등 기업과 은행 대표들을 만나 중소기업 등 민간 기업에 더 많은 자금을 직접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모기지 이자율 인하 등 당국의 정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정보 업체인 에버스코어 ISI의 네오왕 이사는 "(당국 정책이) 인상적이지 않다"며 "기존의 많은 모기지가 이미 최저 금리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