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8.14. 오전 6:00 수정2023.08.14. 오전 6:29
사기로 전재산을 잃고 "같이 생을 마감하자"며 두 딸을 살해한 친모에게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살인·승낙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승낙살인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 오해를 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던 A씨는 지난해 3월9일 새벽 2시쯤 전남 담양군에서 친딸 2명을 살해했다. A씨는 큰딸 B씨(24·사건 발생 당시 연령)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C양(17)을 질식해 숨지게 했다. A씨는 C양을 살해하고 약 10분 뒤 공터에 차를 주차하게 한 뒤 같은 방식으로 B씨도 살해했다. A씨는 두 딸이 질식사하지 않을 상황을 대비해 미리 준비해둔 흉기로 두 딸의 손목을 벤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같은해 2월 말 20년 지기에게 투자금 사기를 당해 전재산인 약 4억원을 잃자 생계 유지가 어렵겠다고 판단해 두 딸을 숨지게 한 뒤 본인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계획을 세웠다. A씨는 이 같은 계획을 B씨에게만 미리 공유한 뒤 승낙을 받았다. C양은 이 계획을 사건 당일 차 안에서 듣고 "죽기 싫다"고 의사 표시를 했지만 결국 모친 뜻에 동의를 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살인 혐의에 유죄 판결을 하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지극한 정성으로 보살피던 피해자들을 더 이상 책임지기 어려워졌다고 절망해 이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만 성인이거나 성인에 가까운 나이인 피해자들이 스스로 인생을 살아갈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며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하기 어렵고 죄책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A씨가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점,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딸들에 대한 사랑을 표하는 등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던 점, 남편·친척·지인들이 수차례 선처를 탄원하는 등 가족적 유대관계가 분명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인 2심(원심)도 1심 선고 형량을 유지했다. 다만 A씨가 큰딸 B씨를 살해한 행위에 대해 살인죄 대신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적시한 승낙살인죄 적용했다. C양을 살해한 범죄와 관련해서는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형법상 승낙살인죄는 살해 대상자의 촉탁·승낙을 받아 살인을 행한 사람에게 적용한다. 승낙살인죄의 법정형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들과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등 여러 양형조건을 살폈을 때 원심이 선고한 징역 12년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기자 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