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식 한국의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한국소식2023-08-14 10:41:18
0 3 0
[사회] ‘큰손’ 유커 어서와!… 화색 도는 관광업계 [심층기획-몰려오는 ‘큰손’ 유커]
내용

 

입력2023.08.14. 오전 6:11

 

中 추석·국경절 황금연휴 앞둬
지자체·업계 분주한 ‘손님맞이’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기대감

관광버스기사·통역 구인난 ‘비상’
‘싸구려 패키지’ 개선 과제

中, 6년5개월 만에 韓 단체관광 허용
제주도에 9월 말부터 대거 입국할 듯
크루즈 53척 기항 예약… 8개월치 마감
직항노선 2019년의 60%… 확대 시급

음식·즐길거리 등 맞춤상품 개발 필요
오영훈 지사 “질 높은 여행 위해 최선”


“기억에서 사라질 뻔한 유커가 몰려온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제대로 준비해서 맞이해야지요.”
 
13일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에서 만난 화장품 판매원 최이연(가명)씨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간 자취를 감췄던 유커(游客·중국인 단체여행객)의 방한이 6년 5개월 만에 풀렸다는 소식에 잔뜩 흥분됐다고 했다. 최씨는 “코로나19 이동 제한이 풀리며 외국인 손님이 다시 찾고 있다”며 “씀씀이가 큰 중국 단체여행객도 온다고 하니까 매출이 기대된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곳만이 아니다. 외국인을 상대하는 한 쇼핑센터는 “최근 대만과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 관광객 등이 찾고 있지만 매출로만 볼 때 중국인 단체를 이기지 못한다”며 “유통은 물론 전세버스와 숙박, 식당 등 업계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은 춤을 출 것”이라고 전했다.

3년 7개월 만에… 中·인천 페리 운항 재개 12일 인천 연수구 인천항 국제여객부두에 도착한 중국발 국제여객선 ‘뉴골든브릿지 5호’ 승객들이 웃는 모습으로 하선하며 ‘유커의 대대적인 귀환’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화물만 운송되던 한·중 국제여객선의 여객 운송이 3년 7개월 만에 재개되자 전날 오후 중국 칭다오에서 출발한 이 배에는 단체관광객 84명 등 118명의 승객이 탔다. 인천=연합뉴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처음으로 중국이 단체관광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외국관광객을 상대하는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중국 관광객은 코로나19로 2021년 17만명에 그쳤다가 올해 상반기엔 55만명까지 늘었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 이번 조치로 2016년 807만명 수준까지 가까운 시일에 회복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즉각적으로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제주에서는 이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에 53척의 크루즈선이 기항을 예약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여행업계는 중국 추석인 중추절과 국경절 황금연휴(9월29일∼10월6일) 무렵부터 유커가 대거 몰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커의 귀환 소식에 기대감 못지않게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장 전세버스와 여행사의 기사·관광통역안내사 등 경험을 갖춘 종사자 수급이 문제다. 수용태세 전반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 종사자 인력난과 함께 ‘싸구려 관광’, 불법 체류, 외국인 범죄 등이 다시 고개를 들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는 한·중 관계와 남북관계 경색, 중국 경제상황도 향후 여행·관광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9월 말 연휴 대거 입국 예상…버스기사 부족
 
중국인의 단체관광 재개 소식에 어느 곳보다 기뻐한 곳은 제주도다. 제주는 한 해 중국인 300만명이 찾았던 곳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관광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제주는 사드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6년 중국인 관광객이 306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360만명의 85%를 차지했다. 올해 3월부터 중국 노선의 일부 복항과 개별관광객 수요 증가로 7월 말까지 13만명(잠정)이 방문했지만 중국 관광시장의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강인철 제주관광협회장 직무대행은 “코로나19 이후 국내시장은 빠르게 회복했지만 중국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관광업계는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카지노·면세점·쇼핑센터 등의 업계 경영 정상화와 도민 일자리가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주드림타워복합리조트 운영사인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최근 하루 평균 객실 1400개를 가동하는데 투숙객 절반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라며 “‘큰손’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 카지노 인력만 4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중국 현지 여행사가 상품을 개발하고 모객해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2~3개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단체관광객 대거 입국은 중국 추석인 중추절과 국경절 황금연휴 무렵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춰 항공노선 회복이 우선 시급하다. 제주∼중국 직항노선은 2019년 월 530편에서 올해 7월 현재 313편으로 60% 수준이다. 현재 중국 직항노선은 6개 지역·주 77편이 운항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하반기까지 17개 지역·주 157편까지 확대하고, 내년엔 18개 노선·주 200편 이상으로 직항노선을 확대하기로 했다.
 
윤남호 롯데면세점 제주점 부점장은 “9월 말 중국 연휴와 동절기 직항 정기편 확정 이후 회복 추세를 보며 중국인 전용 프로모션, 중국어 가능 판매원 증원, 중국 MZ세대 취향의 신규브랜드 론칭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출입국 절차 개선… 가이드·기사 차질 피해야
 
코로나19와 함께 중단된 크루즈와 한·중 카페리 여객 운송도 재개된다. 지난 11일 중국 칭다오에서 출발한 카페리 ‘뉴골든브릿지 5호’가 승객 110명가량을 태우고 12일 오전 인천에 도착했다. 인천에서 웨이하이·칭다오 등 중국 8개 도시를 오가는 한·중 카페리의 승객 운송 재개는 2020년 1월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전면 허용이 발표되자마자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선 53척이 제주도에 기항을 신청했다. 내년 3월까지 8개월가량의 기항 신청이 마감된 상태다. 크루즈선 한 척에는 통상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중국인 관광객 등이 탑승한다. 크루즈 관광을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끌기 위해서는 방문객이 시간을 두고 여행을 즐기도록 체류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를 위해 음식, 쇼핑, 즐길거리 등 다양한 기항지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3000명 기준 1∼2시간 소요되는 출국 수속 시간 단축도 요구된다.
 
중국발 크루즈선과 중국인 단체여행이 재개됨에 따라 관광버스 기사와 관광통역안내사 수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전세버스의 경우 개점휴업이던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상당수 기사들이 일자리가 안정적인 제주 준공영버스 기사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중국 단체관광객의 방한 시기가 국내 수학여행 시즌과 겹쳐 자칫 ‘관광버스 대란’이 우려된다.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도 상당수 제주를 떠나 여행사와 쇼핑센터 등이 구인에 애를 먹고 있다.

“중국어 가능한 직원 뽑아요” 13일 서울 중구 명동 소재 화장품 매장에 ‘단체관광객 특수’ 기대감이 반영된 듯한 중국어 가능 직원 모집 공고가 붙어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2017년 이후 6년5개월 만에 허용하며 관련 업계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저가여행과 불법체류자 등 중국인 관광객과 관련한 이슈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제주는 코로나19 엔데믹이 본격화하면서 일본과 대만, 동남아, 서구권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찾고 있지만, 중국 단체가 재개되면 다른 국적 관광객의 제주여행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우영매 뉴화청여행사 대표는 “부족한 전세버스와 관광안내사 확보가 관건”이라며 “예전에는 더 안 좋은 환경에서도 풀어나갔던 만큼 이번에도 잘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버스 업계 관계자는 “모처럼 업계가 활기를 띨 전망이지만 당장 버스기사 부족이 문제”라며 “준공영버스로 이직한 기사들이 정년 퇴임해서 관광버스로 복귀하는 구조로 고령화 추세”라고 말했다. 제주지역은 전세버스 60여개 업체가 180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저가 관광 개선과 관광 수용태세 정비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에서 민간단체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질 높은 관광 상품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보는 관광에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관광으로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17~23일 중국을 방문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베이징에서 제주관광설명회를 열어 중국 현지에 제주관광 붐을 조성한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기자 프로필

 

스크랩 0
편집인2024-10-31
편집인202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