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3.08.14. 오전 8:24 수정2023.08.14. 오전 8:25
13일 MBC 보도에 따르면, 고(故) 이영승 교사의 휴대전화에는 사망 직전에도 부재중 전화가 두 통, 숨진 직후에도 문자 메시지가 와 있었다. 장기결석 중인 학생의 어머니 A씨였다. 고 이영승 교사의 생전 모습 [사진출처=MBC '뉴스데스크'] A씨는 이 교사의 회신이 없자 다음 날 학교로 찾아왔다. 이에 동료 교사는 "'갑작스럽게 작고하셨다'고 말씀드려도 안 믿으셨다. 굉장히 난폭하셨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씨는 이영승 교사의 장례식장까지 찾아가 유족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또 따로 조문은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유족은 장례식장에 온 A씨에게 "여기 서 있는 시간도 상당히 길었는데 들어오세요"라고 하자 A씨는 "인사하러 온 거 아니다"라며 거부했다고 한다. 유족은 방명록 작성이라도 요구했지만, A씨는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유족은 결국 "어머니, 남의 장례식장이 놀이터예요?"라고 물었다. A씨는 "저한테 화내시는 (거냐)"며 "저 아세요?"라고 되물었다. 유족은 "저 어머니 몰라요. 어머니 성함 얘기 안 해주지 않았냐. 누구 학부모인지도 얘기 안 해주지 않았느냐"고 말하며 흐느꼈다. 이에 A씨는 "제가 못 올 데를 왔나 봐요. 그렇죠?"라고 말한 후 끝내 이영승 교사에게 마지막 인사도 하지 않고 돌아갔다. 9일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추모객이 남긴 메시지가 꽃과 함께 붙어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 교사는 이 외에도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까지 '아이를 따돌린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를 시켜달라'는 또 다른 학부모의 민원을 해결해야 했다. 또 부임 첫해인 2016년 수업 도중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친 사건과 관련해 3년이 넘는 기간을 배상 요구에 시달렸다. 해당 학생 측 부모는 학교안전공제회 보상금 200만 원을 지급받았으나 교사에 계속 연락을 취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측은 휴직 후 군 복무를 하던 선생님에게도 직접 해결하라고 문제를 떠넘겼다. 학부모들의 민원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이영승 교사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글을 남기고 결국 생을 마감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5세였다.[사진출처=연합뉴스] 학부모들의 민원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이영승 교사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글을 남기고 결국 생을 마감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5세였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기교사노조 등 5개 경기지역 교원단체는 연대 성명서에서 "사망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를 즉시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또 경기도교육청에 "악성 민원 방지와 악성 민원인 업무방해 고발 등 구체적인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기교육 가족분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겠다"며 "더 이상의 고통과 외로움을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교직원, 학생, 학부모 간의 신뢰와 지지가 회복되고 선생님들이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기교육 현장을 바꿔나가겠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기자 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