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검은정장, 검은마스크…묵념으로 시작한 삼성전자 임시주총
입력2022.11.03. 오전 10:49 수정2022.11.03. 오전 10:51
6년 만에 열린 임시주총
유명희·허은녕 사외이사 선임
이재용 등기임원 선임은 내년 3월 이뤄질 듯
3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삼성전자의 제54기 임시주총이 열렸다. [사진=한예주 기자]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처음 열린 삼성전자의 임시주주총회가 3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며 차분하게 진행됐다.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삼성전자는 기존 안건인 사외이사 2명의 선임만을 의결하며 30분 만에 주총을 마쳤다.
이날 오전 삼성전자의 제54기 임시주주총회는 본행사에 앞서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156명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주총장에 참석한 50여 명의 주주들과 어두운색 복장, 검정마스크를 착용한 삼성전자의 임직원들은 엄숙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날 삼성전자의 이사회에선 사외이사인 김한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준성 전 싱가포르투자청 매니징디렉터와 사내이사로는 한종희 DX부문 부회장, 경계현 사장, 노태문 MX사업부 사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전자가 임시주총을 개최하는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사외이사 두 분이 지난 4월과 5월 사임 및 퇴임하심에 따라 신규로 사외이사 두 분을 선임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회사는 앞으로도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나가고 회사 발전과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상법에서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최소 3명 이상)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한화진 사외이사가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사임했고 방병국 사외이사가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사외이사 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3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제54기 임시주총에서 한종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예주 기자]
주총은 온라인으로도 참여가 가능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주총장을 찾기 어려운 주주를 위한 배려 차원이다. 희망 주주에 한해 미리 신청받아 주주에게 중계 주소(URL)를 별도로 안내했다. 온라인으로 참석한 주주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총으로 경제통상 전문가인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에너지 전문가 허은녕 서울대 공대 교수가 사외이사 이사회에 합류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사외이사로 통상과 에너지 분야 전문가를 영입한 것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ESG 현안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허은녕 교수에 대한 주주의 질문에도 한 부회장은 "(허 교수는)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석학"이라며 "ESG가 한층 더 중요해진 상황에서 회사 환경경영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 앞서 사외이사 공석을 채워 넣어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도 보인다. 이번 안건 의결로 삼성전자의 이사회 구성은 사외이사 6명, 사내이사 5명이 됐다.
이번 임시주총 땐 사외이사를 확정하는 자리인 만큼 이재용 회장 등기이사 복귀에 대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 회장은 현재 4대 그룹 회장 중 유일하게 등기이사에 등재돼 있지 않다. 2016년 10월 임시주총 때 사내이사로 선임된 바 있으나, 2019년 10월 임기가 만료됐다. 이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은 내년 3월 정기주총 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예주(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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